음주운전의 시작과 끝
박노윤 (인천 남부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 경사 )
시민일보
| 2008-10-15 18:18:44
나는 인천 남부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여러 가지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의 형사사건 처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업무적 연관성과 관련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폐해에 대해 상기시켜주고자 한다.
‘음주운전’은 내가 가진 것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그 옛날 호환, 마마 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0.005% 이상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만¥ 이하의 벌금형으로 우리나라 보다 상대적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터키의 경우에도 도시외곽 30Km 지점까지 운전자를 데리고 가서 걸어오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호주의 경우 신문에 게재하여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도록 하고 있고, 불가리아의 경우 초범에 대해서는 순방을, 재범부터는 교수형에 처하고 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무 죄 없는 부인까지 감옥행 처벌을 내리는 등 세계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해 엄벌에 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뒤늦게나마 우리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극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개정 작업을 추진하여 올해부터 개정법률에 의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즉,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치상사고의 경우에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등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되 사안을 판단하여 불구속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11호 위험운전치사상)
실례를 들자면, 지난 6월경 41세의 A 모씨가 대낮에 만취운전을 하던 중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추돌하여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10명, 피해견적은 1500만원, 사고 후 피해자들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가해운전자를 직접 끌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극구 부인하였고, 음주측정까지 거부했다.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백주 대낮에 몸 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신 것 그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부터 재앙 아닌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들로서, 직장에서 존경받는 상사로서 열심히 살아 온 그의 인생 전부가 송두리째 뽑히게 되었다.
이 운전자에 대한 최종 처벌은 어떻게 되었을까.
또한 음주운전은 자동차 보험으로 사고처리를 하려고 해도, 인적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200만원, 물적피해 부분에 대해서 50만원의 면책금을 내야만 한다.
물론 면책금이나 벌금형의 처분이 겁이 나서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직장, 평범하게 살아 온 인생, 그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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