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아이의 부끄러움

노영애( 인천 남부경찰서 수사과 경제1팀 경장)

시민일보

| 2008-10-20 19:40:31

내가 어렸을 때 길을 건너기 위해 어느 도로의 작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내가 보기엔 분명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이었는데 신호를 무시하고 그것도 횡단보도가 아닌 바로 옆의 일반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교통신호를 지키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무안할 때가 가끔 있었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지키지도 않는 횡단보도 신호를 왜 나만 지켜야 되지’라는 의문이 들며 창피함이 느껴졌다.

지금 나는 어른이 됐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굳건한 한 아줌마로 또한 국민이 위법행위에 노출되어 있을 때 안전하게 보호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물론 법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경찰관으로서 말이다.


간혹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아직도 무단횡단 하는 사람,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 등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질서인 기초질서를 무시한다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무색함마저 느껴진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기초질서에 대해 무감각한 면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반면 법을 가장 잘 지키고, 선도해야 하는 경찰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이 악용·남용되거나 법질서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국민에 대한 권력기관으로서의 신뢰성과 도덕성을 잃게 될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질서를 지키고, 선진화된 준법의식을 정착시키는데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서 한 발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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