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는 well dying을 준비해야 한다
이신재(노원구 보건소 예방의학 전문의)
시민일보
| 2008-11-04 19:17:09
‘2008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7월1일 현재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노인인구는 501만6천명으로 총인구의 10.3%를 차지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대인구 500만명과 노인인구비율이 10%를 돌파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앞으로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8%가 되어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젊은 세대가 주축이 아닌 노령세대가 주축인 사회로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은 인간에게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느낌, 갑작스럽게 다치는 사건, 자신이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자살 등으로 인해 우리에게 좋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죽음은 정치적으로 높은 권력자이건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이건 예술적으로 뛰어난 자이건 인간 누구에게 ‘평등’하게 부여되는 것입니다. 우리사회도 고령화사회로 접었기 들었기 때문에 과거 70-80년대처럼 성장을 강조하기 보다는 사회전체적인 조화와 유종의 미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여건이 성숙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전부터 Well being이란 말이 건강식품, fitness 클럽, 마사지, 미용 등등의 영역에서 상업주의화와 맞물려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서는 신문에 Well dying이란 말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 우리에게는 삶이 지속되는 한 Well being한 자세로 살고 죽음에 임박해서는 Well dying을 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됩니다.
Well dying이란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죽음과 임종에 대한 과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외 선진국에서는 죽음에 대한 강의를 의무교육으로 행해지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Well dying에 관한 문제를 YWCA, 대학, 종교계 등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하였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는 ‘죽음 준비 교육 지도자 자격증’까지 수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노원구 보건소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Well dying 프로그램을 삼육대학교와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노근 청장님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며 주민들의 참여와 만족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Well dying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교육과정입니다. 본 Well dying 교육과정에서 특징적인 것은 유언장 작성과 입관체험입니다. 유언은 자손이나 대리인이 사후에 자신에 일에 대해 자신의 뜻대로 해 주길 바라는 일종의 의사표시입니다. 유언에 대한 내용은 제한이 없으나 유언이 법적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민법에 규정된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민법에 규정된 유언의 방식은 5가지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구수증서, 비밀증서가 있다. 유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세상에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는 이런 유언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준비된 죽음으로서 자신이 죽은 후에 일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언서를 써보는 것은 매우 뜻 깊은 것입니다.
또한 인체가 호흡과 맥박이 멈추고 사후강직 등의 과정이 지난 후에는 매장의 단계를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인체는 관에 들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인체가 관에 들어가면 인체는 이제 지상과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관’은 나무나 돌로 만들어져 있지만 인간에게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수의’을 입고 관에 들어가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죽음의 다른 측면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관’에 들어간다는 것은 빛도 없는 그런 공간에 인체가 들어간다는 것이고 인간이 살아서 들어가면 감각이 있기 때문에 그곳이 답답하게 느끼겠지만, 죽은 상태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기 때문에 ‘그저 관속에 물건이 들어가 있구나’라는 의미일 것이다.
때마침 낙엽이 떨어져 가을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색의 계절에 well dying과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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