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17년을 보내면서 지방자치의 환경은 지방화, 세계화, 정보화의 거센 물결에 따라 크게 변하였고 이는 지방의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에게로의 권력집중 현상은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고 지방분권은 자치단체장에게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은 의회와의 대화 보다는 직접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설문조사, 공청회 또는 인터넷 행정의 확대를 통해 직접주민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들도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기관인 지방의원 보다는 집행권을 가진 단체장과의 직접대화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는 광범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주민 속에 깊이 파고들어 의회의 역할인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자 하며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방의회의 권한이 미약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의 모든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기관통합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나, 우리나라처럼 기관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나 의회에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공통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지방차치의 필수 불가결한 기관은 바로 지방의회입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의 주역은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지방의회 의원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기관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동시에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방자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인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중요한 몇 가지를 정리 하였습니다.

첫째,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관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서는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에 대등한 권한을 부여하여 상호간 견제와 균형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권한은 미약하게 하고 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약 의회 강 집행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권한을 강화하여 지방의회와 단체장 간의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주민의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반자 관계에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둘째, 지방의회의 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강화를 위해서는 의회 사무국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직접 뒷받침하는 의회사무국장, 전문위원 등의 전문직에 대해서는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 또는 전문계약직으로 충원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인사권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회와 집행부가 현안을 놓고 대립했을 때 승진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집행부에 불리하도록 자신있게 의원을 보좌할 수 있겠습니까?

인사권 독립이 이루어졌을 때만이 의회사무국장을 비롯한 사무국 직원들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치단체장의 예속에서 벗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충실한 의정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올바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은 배제 되어야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이 지방선거에 개입함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정당에 예속되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을 구실로 지방선거에 깊숙이 개입함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정당의 공천을 필요로 하는 지방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예속 될 수 밖에 없으며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예로 2008년 후반기 전국의 지방의회 원구성에서 나타난 각종 부조리와 엄청난 폐해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넷째, 지나치게 침해되어 있는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 지방자치법 제 22조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앙정부는 이를 “법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이 있을 때에 한하여”조례를 제정 할 수 있도록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에 헌법상 자치권을 부여하고도 일일이 법의 명문규정이 있을때에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으므로 선진국 등의 예에 따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다섯째, 지방의회 의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입법보조기구인 인턴보좌관제의 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불가하다면 상임위원회에 분야별 전문위원을 2~3인씩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지방의원에 대해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평가를 할 때 조례발의 건 수 등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심지어는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방의회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원은 조례제정 등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일체의 행위를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여러 명의 입법보좌진의 보좌를 받는다면 더 좋은 의정활동 성적을 낼 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방의원 수가 많다 보니 일부 문제를 일으키는 지방의원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지방의원들은 나는 지방자치의 주역이며 주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일선에서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발전과 복리증진을 위해 24시간 밤 낯 없이 발로 뛰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끝으로 주민 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기초의회, 광역의회, 국회의 3자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여 기능의 중복을 피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서 국가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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