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시민일보

| 2008-12-11 19:12:21

올 것이 왔다. 국제중이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사단이 나고 있다. 지난 달 말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합동으로 진행한 입시설명회에서 서울지역 초등학교 6학년 부장교사 129명이 국제중 입시업무 거부 서명을 벌였다. 이달 3일에는 서울지역 초등학교 6학년 교사 211명이 서명한 항의서한이 시교육청에 제출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제중이 대한민국 초등학교 공교육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국제중은 각 초등학교에게 학생을 선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우리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아이들을 선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초등학교에 학생들을 서열화하라는 외압으로 작용한다. 즉 교육과정을 흔드는 것이다.

또 초등학교 5, 6학년 시기의 성적을 4단계로 분류해 제출하도록 한 것도 그렇다. 한국의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이렇게 획일적인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국제중 입학생 328명을 뽑기 위해 서울 500여 학교가 성적통지표와 학교생활기록부 형식을 바꿔야 하느냐""고 반발한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셈이다. 국제중 달랑 두 개의 입시 때문에 서울 전체 초등학교가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현장에서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진다. 왜 학교와 교사들은 국제중 입시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가라는 불만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즉 국제중이 전체 초등학교를 공격하고 있다.

국제중 측은 뒤늦게 5학년 성적 산출이 불가능하다면 가지고 있는 서류만 제출하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래도 학교현장에서의 교육과정과 국제중 입시전형과의 충돌은 여전하다. 동시에 5학년 성적을 국제중이 자체적으로 산출하게 됨으로서 입시의 모호성이라는 불씨를 남겼다. 한국은 일류학교 입시 당락의 기준이 모호해지면 큰일 나는 나라다. 이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로 국제중 추진의 졸속성을 비난하고 있다. 교육청과 국제중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너무 무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그들의 무지가 문제일까? 급하게 하지 않고 천천히 추진했으면 지금 같은 문제들이 안 생겼을까?

아니다. 무지하건 안 무지하건, 천천히 진행하건 급하게 진행하건 상황은 같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정확히 지적하면 이렇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공교육 교육과정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기존 교육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존의 교육성과를 바탕으로 그 다음을 설계하게 된다. 반면에 일류학교 입시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존 교육과정을 무시하게 된다. 즉, 공교육을 무시하게 된다.

논술파동을 생각해보자. 논술로 학생을 뽑겠다고 일류대들이 난을 일으켰다. 그러자 고등학교 전체가 흔들렸다. 급히 논술 과정이 생겨나고, 논술 연수가 생기고, 논술 과외가 생겼다.

대학이 고등학교 과정에 무지해서 그런 소동이 생겼을까? 아니다. 그들은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일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욕심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공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자기들 멋대로 학생선발방식을 정해버렸다. 그 결과 그 선발방식에 따라 대한민국 교육과정 전체가 춤을 추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예컨대 지방학생들이 현금을 싸들고 서울로 논술 사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국제중 입시 파동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국제중 추진의 졸속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다. 한국에서 일류학교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폐해가 드러난 구조적 파탄이다. 일류학교의 입시는 반드시 그 하위과정 공교육을 흔든다. 그 결과 공교육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교육이 팽창한다.

간단하다. 부잣집 자식들이 갈 일류학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류학교가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해야 부잣집 자식들이 더 수월하게 일류학교에 가게 된다. 어차피 일반 국민의 자식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일류학교 입시에 따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인생을 감당해야 할 ‘따라지’ 인생이다.

대한민국 공교육 자체가 그렇다. 공교육이 어떻게 되건 일류학교와 기득권 세력은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식들만 잘 들여보내면 된다. 그래서 입시전형에 따라 공교육이 흔들릴 것이 뻔한 구조에서 일류학교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류학교들은 교육과정 무시하고 자기들 편한 대로 전형방식을 정해버린다. 일반 국민의 자식들은 어차피 일류학교에 가지도 못할 거면서 그들의 전형방식이 바뀔 때마다 학원을 전전하며 돈을 써야 한다. 교사는 그렇게 신축성 있는 입시정보제공을 어차피 못하기 때문에 욕이나 먹게 된다.

공교육 정상화란 별 게 아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그 결과 가지고만 상위과정에 진학할 때 정상화가 이루어진다. 일류학교 입시가 교육과정과 별개로 하위과정 위에 군림할 때 공교육은 필연적으로 무너진다. 그런 의미에서 일류고, 일류중은 초중등 공교육에 던져진 폭탄이다. 소수 때문에 국가의 근간이라는 공교육이 흔들린다. 그것은 국민의 자식들이 흔들리는 것과 같다. 일류학교 달랑 몇 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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