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풀자

김근한 (서울 남부보호관찰소 책임관)

시민일보

| 2009-01-11 19:08:58

만약 누군가 “가난하지만 끈끈한 정이 있는 한부모 가정과 먹고 살만하지만 결속감이 없는 가정 중 어느 가정이 비행청소년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그 비행을 개선하기가 힘들까?”라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보호관찰소에서 판결전조사업무를 하고 있는 나의 경험상 “결속감이 없는 가정이 그렇다”고 답하겠다.

판결전조사란 피고인의 성장과정, 성격, 전과관계 등 그 인격과 환경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이며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법원에서 재판의 양형이나 판결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조사를 하다보면 비행청소년의 다양한 가정환경을 접하게 된다.

그 중에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없으나 가족간에 무관심하고 유대감이 거의 없는 빈껍데기 같은 느낌을 주는 가정과 열악한 경제적 환경으로 곤란을 겪고 있지만 가족 간에 친밀감을 유지하고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 가정을 살펴보면, 전자의 경우 피조사자의 비행전력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예후 또한 불량하고, 후자의 경우 비행의 개선여지가 높고 재비행률도 낮다는 것이 눈에 띤다.

부모의 사망, 이혼 등 가정의 구조적 결손과 가족의 갈등, 결속감 붕괴 등 기능적 결손 모두 청소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인정되고 있으며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앞으로는 가정문제에 있어 이혼 등 구조적 결손보다는 대화단절, 무관심 등 가정의 기능적 결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행청소년의 원인을 가정문제로만 국한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 문제나 학교문제 등 여러 상황에서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겠지만, 가장 가까운 가정에서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우선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가정의 기능적 기능 약화나 부재로 인한 가족간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오늘 저녁에 자녀에게 먼저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정답게 얘기를 걸어보자.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해보자. 그러다 보면 가족간에 서로 마음이 열리게 될 것이고 따뜻한 가족애도 생겨날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버리는 등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가족간의 돈독한 사랑이 더욱 절실하다.

그 따뜻한 시선과 정다운 대화를 옆집에 사는 청소년과 더 나가 우리 동네의 불우한 청소년들과도 나누어 보자.

해결중심 가족치료에 저명한 밀턴 에릭슨(Milton H. Erickson)이 ‘마치 작은 눈덩어리가 굴려져서 큰 눈덩어리가 되듯이 작은 변화가 점점 더 큰 변화가 될 것이다’고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믿고 오늘부터 해보자.

어쩌면 우리의 이런 작은 움직임이 이 세상을 좀 더 편안한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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