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파워(Smart Power)를 아시나요?
신보영(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시민일보
| 2009-01-18 19:44:01
스마트파워(Smart Power)가 미국 대외정책(對外政策)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을 이끌어갈 국무장관에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상원의 인사청문회에서 ""스마트파워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재건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파워란 무엇인가? 그리고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전략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 이 두 가지 난해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전세계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선 스마트파워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부터 시작하자.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조셉 나이(Joseph
Nye)가 하드파워(Hard Power)와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결합된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스마트파워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 하드파워는 말 그대로 군사력과 같은 물리적인 수단의 사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반면 소프트파워는 이미지개선을 통한 대화력과 타협력의 강화를 대외정책의 주요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이중 주목해야할 것은 하드파워적 속성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통한 외교노력은 대부분 하드파워적 대외정책수단 이후의 후속조치로 나타난 것이 대부분이며 동시에 비록 부시 정부와 같이 하드파워적 수단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겠지만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 역시 물리적 수단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콴타나모 수용소 등에서 나타난 인권유린사태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미국이 소프트파워에 근거한 유연한 외교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테러문제 등 자국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문제나 경제적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하드파워적 전략이 구사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특히 힐러리가 한반도의 상황과 관련해서 이 같은 하드파워적 전략의 구사를 언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핵문제와 한미FTA 재협상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인들이 이 같은 미국의 전략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적절한 대응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친미(親美)는 매도(賣渡)되고 반미(反美)가 각광(脚光)받았던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와 이해와 연구보다는 맹방(盟邦)에 대한 일방적인 믿음과 안일함으로 일관해 왔던 정책결정자들의 몰이해적(沒理解的) 행태는 성공적인 대미전략구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 한미관계에 대한 이유 없는 낙관적 시각도 문제다. 북핵문제의 있어서는 미국이 물리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한미FTA와 관련해선 어떻게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의 변화의 움직임에 망치와 전기톱으로 대응하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우리 국민들이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과정에서 나타난 여당과 야당 간의 폭력사태는 앞으로 한국인들이 겪어야할 민생위기와 국가의 미래를 도외시한 시정잡배들의 드잡이질 다름 아니다. 친미(親美)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미(知美)하라는 말이다. 싸우라는 말이 아니다! 논쟁하고 고민하라는 말이다. 미국은 자국의 외교적 위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경제회복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상대방에게 국내정치의 분열과 저수준의 정치행태만을 보여줄 것인가? 이 같은 마음가짐으론 결코 미국의 스마트파워를 이길 수 없다.
한국의 FTA협정을 선(先)비준함으로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를 실기했다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모든 대응전략을 강구해야한다. 그 노력에는 여야가 없고 당파가 있을 수 없다. 재협상은 물론 협정파기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자. 농수산물 시장개방 등 재협상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리한 패가 아직 남아있고 미국의 하드파워적인 무역보복조치에는 국제통상법 및 무역 기구에 호소할 수 있는 길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최대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한국형 스마트파워를 구축할 때이며 우리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그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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