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FTA농업대책을 세워야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9-01-21 17:23:02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국민총생산 대비 76%를 넘었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을 사줄 큰 시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즉, 우리의 제2의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FTA야말로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한미 FTA 비준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정작 국내피해 대책 문제는 언론의 관심 밖이다.

피해산업 대책이 충분한가를 따지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미 FTA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바꿔놓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규모가 큰 농업분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피해보전 대책은 부실하기만 하다.

첫째, 피해보전직불제는 농가소득이 3년간 평균 조수입(생산량×가격)의 80% 이하로 폭락할 때에만, 피해액의 85%만 보전해준다. 피해보전 조건이 복잡하고, 보전액도 충분치 않다. 또 조수입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전년도에 비해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도 생산량이 줄면 피해보전을 받지만, 반대로 가격이 떨어져도 생산량이 늘면 보전을 받지 못한다. 예컨대 쌀 10가마를 생산해 가마당 10만원에 팔아서 마련한 100만원이 기준이라면, 이듬해에 가격은 안 떨어져도 생산량이 7가마로 줄면 조수입이 70만원으로 하락하므로 피해보전을 받지만, 가마당 가격이 9만원으로 떨어져도 생산량이 12가마로 늘어나면 조수입이 108만원이 되므로 피해보전을 받지 못한다.

둘째, 폐업지원금도 제대로 쓰일지 의문이다. 고령농은 평생 농사만 지은 분들이므로 일례로 과수 폐업지원금을 받고도 배추농사로 전환할 공산이 크고, 이 경우 그 해 인기작물에 과잉투자현상이 올 수도 있다.

셋째, 경영이양직불제의 실효성도 미지수이다. 65세이상 농민이 땅을 팔거나 농지은행에 맡기면, 1㏊(3,000평)당 월 25만원을 준다. 월 25만원은 인센티브치고는 너무 적고, 은퇴후 일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농업대책 중에서 젊은 전업농을 키우고, 농업법인체를 육성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잘 된 것이다. 그러나 경영이양직불제나 폐업지원제가 시행되더라도 고령농은 일손을 놓게 되거나 다른 작물로 전업할 뿐 농촌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촌에는 불로소득자가 늘어나거나, 특정작물에 과잉투자현상이 발생하는 등 미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을 농산물을 생산하는 경제적 단위로만 보고 대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 농촌은 우리 민족의 역사, 문화, 전통이 살아 숨쉬는 사회문화적 단위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전통사회에 대한 애정과 농정철학을 가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백만여명의 고령농을 대책 없이 실업자나 불로소득자로 만들고, 대농만 키우겠다는 것은 ‘산업구조개편식 농업대책’이다. 이처럼 성과만 중시하는 정책만 고집한다면 우리는 농산물 시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간인 전통사회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고령농은 향후 10년 이후의 자연감소를 기다리면서 순리적인 구조조정을 꾀하는 것이 옳다. 대신 실효성 낮은 폐업지원제와 경영이양직불제를 통합해 100% 피해보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 농산물이 수입되어도 농민들이 ‘손해보지 않는다’고 느낄만한 체감대책을 내놓은 것만이 한미FTA에 대한 전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