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 간담회··· "검 · 경 수사권조정안, 민주적 원칙에 반해"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19-05-17 00:00:53

"정보·행정 경찰업무 분리를··· 공수처 도입은 반대 안한다"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시민일보=여영준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지난 1일 해외 순방 중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리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날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과 함께 '실효적 자치경찰제'와 '정보·행정 경찰업무 분리'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실효적 자치경찰과 정보·행정 경찰업무 분리는 대통령이 선거 당시 내놓은 여러 공약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특히 정보와 행정이라는 경찰의 독점적 권능이 결합했을 때 발생할 위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검찰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일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공수처 도입을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헌법에 근거도 없이 한 기관이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과 영장청구권까지 갖는 문제는 법률가로서 걱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공수처 논의는 국회가 해결할 문제라며 검찰총장으로서 구체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문 총장은 전했다.

그는 "국회가 논의하면서 이런 여러 디테일은 충분히 정리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 번도 안 해본 제도라 위험성을 주장하는 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은 국회가 논의하며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다만 "현재와 같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벌어진 것은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검찰부터 민주적 원칙에 맞게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종결한 고소, 고발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검찰의 수사종결에도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의 고유 권한인 수사종결권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재정신청을 거의 전면적으로 확대해 고소·고발 사건 대부분을 법원에서 사후심사를 한 번 더 받을 길을 열자는 취지"라며 "재정신청을 전면확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법무부에 건의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착수 기능의 분권화를 추진하겠다"며 "마약수사, 식품의약 수사 등에 대한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고, 검찰 권능 중 독점적인 것, 전권적인 것이 있는지 찾아서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형사부, 공판부로 검찰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겠다"며 특수수사 중심으로 운용됐던 검찰 조직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문 총장은 과거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검찰 개혁에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일부 중요사건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고, 억울함을 호소한 국민들을 제대로 돕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이번을 끝으로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서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더이상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은 법 집행기관에 불과하다"며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직의 장으로서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해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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