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점검으로 안전한 겨울나기

박장호(인천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문찬식 기자

| 2009-12-14 10:19:27

며칠 전 서울 등 중서부 지방에 함박눈이 왔다.

벌써 올해의 달력도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아있고 영하의 추운 날씨도 며칠씩 계속되며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섰다.

소방관에게 있어 겨울은 농부들의 가을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농부가 잘 익은 가을 들판에서 한 해 동안 키운 쌀 등의 수확을 하듯 소방관은 봄부터 준비해온 각종 교육, 훈련, 점검 등의 효과를 화재나 안전사고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통해 거두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횟수나 정도가 적을수록 좋은 것이 농부들의 가을과는 반대가 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교통사고, 화재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현장은 노후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현장이다.

노후 주택은 좁은 통행로, 약해진 건물 등으로 인해 화재피해가 커질 확률이 높다.

또 거주자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주민들이 느끼는 화재피해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에 화재진압 출동을 나갔을 때의 이야기다.

화재는 작은 방 한개만 피해를 입고 금방 진압됐다.

진압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집 앞에 안전부절 못하고 서있는 것을 보게 됐다.

그 당시에는 단지 주택에 거주하는 소녀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나중에 소녀가 심신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소녀가장이였으며 남아있는 방 한개 덕분에 추운 날 실내에서 잘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길지 않은 소방관 생활이지만 당시의 출동은 가장 보람된 일중에 하나이다.

단독주택은 소방법에서 위험의 정도에 따라 나눠 관리하는 대상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소방시설의 설치 의무가 없고 소방검사를 받지 않는다.

물론 개인주택까지 이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소방행정의 범위 밖에 있어 검사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화재예방 교육의 기회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각 시·도 소방서에서는 주택화재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해 왔다.

겨울철 주택화재의 예방을 위해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전기’와 ‘가스’이다.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전기와 가스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화재의 빈도도 급증하게 된다.

전선 피복 상태 확인, 사용 후 코드 뽑기, 밸브 잠그기 등의 간단한 안전수칙은 너무나 여러번 강조돼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중요하기에 계속 강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원인은 전기의 잘못된 사용과 가스시설의 관리부족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드뽑기, 멀티탭 사용자제, 가스밸브 잠그기 등 간단한 안전수칙을 생활화하면 전기, 가스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댐이나 둑은 언제나 작은 틈 때문에 무너지게 된다.

각 소방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전기·가스 시설의 안전점검 방법, 주의사항을 찾아볼 수 있고 주택소방 안전점검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점검을 생활화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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