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은 왜 빨간색일까

황은경(인천 강화소방서 내가119안전센터)

문찬식 기자

| 2010-01-13 09:42:16

연초에 내린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속에서도 길을 걷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물체가 있다.

직업병 때문일까? 소방인의 눈에는 유독 돋보이는 빨간색의 소화전~!

대설과 한파로 인해 급수문제가 대두되며 더욱 눈여겨 보게 되는 소화전~!

많은 사람들이 소방차는 왜 빨간색일까? 의문을 가지듯 왜 소방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빨간색일까? 라는 물음표가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라고 생각든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은 색-형태-질감 순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위험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키 위해 색채를 활용했다. 특히 공공 공간에서는 안전과 주의, 경고와 지시에 관한 정보들을 색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색은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소화전은 불과 물을 모두 떠올리게 하는 공공시설물이기에 불의 빨강, 물의 파랑이 모두 적용 가능하다. 또 소화전은 기능과 형태에서 비슷하지만 국가와 문화권에 따라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대개 빨간색이지만 미국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노란색이나 주황색이 일반적이다. 소화전의 색채는 화재라는 위급상황에서 눈에 잘 띄어야 하기 때문에 주목성이 높은 빨간색이나 명시성이 높은 노란색이 적용된다. 흔히 빨강은 위험을, 노랑은 안전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은 소화전에 파란색을 적용하고 있다. 추운 계절이 길고 건조한 기후의 이들 나라에서는 흐르는 물의 유지 및 공급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또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붉은색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도시환경에서 파란색이 식별에 유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화전이 도시의 공공용수 공급의 상징으로 출발했던 서구 및 미국의 도시들은 색의 적용에 있어 기능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명시성이 높은 노란색 소화전을 표준으로 권장하며 용수공급 시스템이 세분화됨에 따라 공공용수는 노랑, 개인의 것은 빨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물 공급량과 강도에 따라 소화전의 뚜껑과 노즐의 색채가 파랑·녹색·주황·빨강으로 구분돼 있어 위험한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작업상 판단력을 갖게 한다. 뉴욕 보스턴 등의 도시들은 경관과의 조화를 우선시해 몸체에 노란색 대신 검은색을 표준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뚜껑 부분의 색채를 통해 기능을 구분한다.

소화전의 색에는 정답이 있을까? 여러나라의 소화전을 통해 알게된 소화전~!

정답은 없다~!

그것은 관습·환경·태도·기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공공시설물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자신의 고유한 색을 가질 수도 있다.

혹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 계획돼 있다면 한번쯤 소화전에 눈길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은 소화전이 당신을 향해 윙크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