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살림살이가 나아지셨습니까?
고하승
| 2010-02-23 11:52:15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 여러분, 이명박 정부에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 물음에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만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즉 10명 중 9명이 지난 2년 동안 살림살이가 달라진 게 없거나 오히려 더욱 팍팍해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향신문이 이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함께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10.5%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좋아졌다’ 1.3%, ‘좋아진 편이다’ 9.2%인 반면 부정적 응답은 무려 그 세 배에 육박했다.
‘매우 나빠졌다’ 6.1%, ‘나빠진 편이다’ 22.4%로 28.5%가 살림살이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한 것이다. ‘별 차이 없다’는 응답자도 61.0%에 달했다.
특히 월수입 401만원 이상 중 13.6%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응답한 반면, 월수입 200만원 이하 중 32.1%는 나빠졌다고 대답했다는 게 문제다.
부유층은 이명박 정부 들어 살림살이가 더 좋아진 반면 저소득층은 더 나빠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 계층으로 대기업(38.9%)과 부유층(33.9%)을 꼽았다. 무려 응답자의 72.8%에 달한다.
반면 중소기업(5.7%), 일반 서민층(5.6%), 중산층(5.4%), 빈민층(3.7%)이라는 의견은 극히 미미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 표방은 거짓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걱정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분열’이다.
실제 국민 4명 중 3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년 동안 우리 사회가 더 분열된 것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73.1%(매우 분열 17.7%, 분열된 편 55.4%)가 현 정부 출범 이전보다 우리 사회가 분열됐다고 여긴 반면 ‘통합됐다’는 의견은 22.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주범은 누구일까?
두명 중 한명 꼴로 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즉 국민 42.6%가 이명박 정부에 분열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야당(19.6%), 언론(14.0%), 시민단체(6.9%), 노동자단체(3.8%)라는 응답은 매우 낮았다. 잘 모름·무응답은 11.3%였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형편없는 정부’라고 낙제점을 준 것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피폐하고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종시 문제 등 국민 간 갈등만 부채질 한 정부이니 그런 평가를 받아도 싸다.
그런데 국민들만 ‘낙제점’을 준게 아니다.
전문가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11~19일 대학교수·연구원·변호사 등 전문가 334명에 대해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응답자의 65.7%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매우 잘못했음’ 43.3%, ‘잘못했음’ 22.4%였다. 반면 긍정적 응답(잘했음, 매우 잘했음)은 21.8%에 불과했다.
즉 이명박 정부의 2년 점수는 100점 만점에 22점을 받은 셈이다.
만일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그런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면,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문제에서 나타났듯이 그동안 행해왔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을 탈피해야만 한다.
또 4대강 토목사업을 집착하는 데에서 드러났듯이 이 대통령은 하루 속히 낡은 사고와 구시대적인 상황인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물론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고, 법을 준수하는 마음가짐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하지만 이건 누구를 탓할 수만도 없다. 바로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살림살이가 지금보다 더욱 나빠지고 팍팍해지더라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묻지 마 투표’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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