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백조되어 날다

김기훈(인천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문찬식 기자

| 2010-03-04 09:46:23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일반명사화처럼 돼버린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실신(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이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듣고 한다.

군 제대 후 운이 나빠서인지, 아니면 나와 인연이 아니었는지 여러 직업에서의 실패에 좌절하곤 했었다.

35살이라는 나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게 됐고 어떤 일을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도전하게 된 소방공무원 시험은 행운과도 같은 것이었다.

작년 10월30일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합격’이라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소방교육대에서 새로운 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기간 중 나는 ‘막차 소방관’으로 불리었다.

늦은 나이에 시험에 도전해 합격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막차라는 것이 어쩐지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막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대기업이 아니다, 연봉이 적다는 이유로 자기가 서야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내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를 찾지 못해 적잖이 걱정하고 방황했었다.

소방공무원.

어쩌면 사람들이 ‘위험하다’, ‘힘들다’고 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족하고 나에게 떳떳한 이 직업이 이제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인내심, 순발력, 냉정함, 유연함을 두루 갖춘 이들과 함께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나에게 최고의 직장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는 것을.

“모든 문제에 정해진 해결법은 없다. 진행하는 힘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만 있으며 해결책을 저절로 알게 된다” 라고 생텍쥐페리는 말했다고 한다.

문제에 맞서 전진하는 힘이라는 것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닐까?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내 인생의 반전 그것이 미운오리를 백조가 돼 마음껏 하늘을 날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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