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환자는 모두 119가족
황동현(인천 부평소방서 십정119안전센터)
문찬식 기자
| 2010-03-16 09:57:09
얼마 전 부평소방서 일선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119구급대원은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부모의 다급한 구조 요청을 받았다. 출동한 대원은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119구급대원이며 한 아이의 엄마다.
그날 적절한 응급처치와 신속한 이송으로 그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아마 그 대원은 출동 중 자신의 아이가 머릿 속에 맴돌았을 것이다. 장담컨대 대원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119구급대원은 항상 시민 곁에서 시민의 생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며 아들딸들이다.
그런데 최근 구급차에 탄 취객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구급대원의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심한 타박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요즘 인터넷이나 신문 상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119구급대원을 폭행하고 여성대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사건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최근 4년 동안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사고는 접수된 사항만 무려 241건에 이르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구급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방당국은 손발을 걷어 붙였다. 먼저 소방당국은 사건 발생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구급차에 14.5%만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 (CCTV)를 모든 구급차내에 설치하고 구급대원에게 휴대용 녹음기를 소지하게 할 계획이다.
특히 취객의 경우 다음날이 되면 전날 있었던 일을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고 했는데 이에 대한 좋은 대응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대원의 경우 더욱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이를 위해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취약시간만큼은 여성대원 출동시 보조 인력을 동반해 여성대원을 보호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현행 법령은 구급대원 폭행시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와 합의에 그쳐 강력한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소방 당국은 소방서별 자체적으로 구급대원 폭행 대응팀을 조직해 구급대원 폭행피해 발생시 더욱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더불어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소방기본법에 소방활동 방해금지의무 및 위반시 벌칙조항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구급 대원인 필자의 경우 119에 도움을 요청한 모든 사람들은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도움을 베풀려고 노력한다. 아마 대한민국 모든 구급대원이 필자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도움을 베풀러 간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구급대원들의 몸과 마음은 상처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가까이 다가가서 도움을 베풀어야 대상인 시민이 위협의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구급대원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 때문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 구급차를 이용하는 위급한 환자들이 위협의 존재가 아닌 내 가족처럼 돌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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