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없는 나라 생각해 보셨나요?
박병욱(인천계양서 계양산지구대)
문찬식 기자
| 2010-04-26 18:16:48
지구대 순찰팀 소속인지라 경찰조직 가운데 가장 최일선에서 국민과 접하는 근무를 하고 있다. 일년 반 동안 지구대 근무를 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공권력이 땅에 떨어졌구나, 이건 아닌데..."
어느 날 새벽, 지구대로 한 손님이 들어온다. 술에 만취한 중년의 남자. 아무런 이유 없이 밤 근무에 지쳐있는 경찰관들에게 시비를 걸다가 다짜고짜 입에 담지도 못할, 듣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다가 사무실 내에 있는 전화기와 사무용품을 집어 들더니 던지기 시작한다. 보다 못한 경찰관이 이를 제지하자 멱살을 잡고 한대 칠 기세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이윽고 제 풀에 지쳐 지구대 의자에 드러눕더니 잠이 든다.
한시간 가량 지나 일어난 남자는 술이 조금 깼는지 어리둥절하다가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다. 그 남자 왈 “스트레스 풀 데가 없어 지구대로 왔다. 경찰관은 모든 걸 다 받아주고 내가 안전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 같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 같다”며 말하고 떠났다.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밤을 새며 근무한 직원들은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관=권력'에서 '경찰관=서비스 제공'으로 인식이 바뀌어 버림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권력이 약화되고 경찰관 본연의 임무인 법집행이 어려워졌다.
권위적인 경찰 조직에서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경찰 조직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매스컴과 스크린 등 언론과 문화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경찰상은 여전히 권력과 비리·로비로 그려지고 있다.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과거의 모습을 여전히 국민들이 접하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 또한 깊어지고 공권력의 약화를 초래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가 아무리 부정부패에 얼룩져도, 경제가 아무리 바닥을 치고 문화적으로 피폐해져도 절대로, 결코 약해져서는 안되는 것!! 공권력이다. 경찰관이 없는 나라를 생각해 보았는가? 너무나도 질서 없고 형편없는 나라를 누가 통제할 것이며 바로 잡을 것인가.
약해진 공권력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선량한 시민'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경찰관이 싫다'고 하는 사람조차도 언제어디서든지 경찰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국민이 던지는 돌멩이에 가슴을 다쳐도 피나는 가슴을 싸메고 국민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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