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모래
정기영 안동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광물학 교수
김유진
| 2010-05-09 15:57:47
(정기영 안동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광물학 교수)
모래의 형성: 암석이 물, 생물, 공기와 반응하여 풍화 작용이 일어나면 부서져서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들로 구성된 토양이 만들어진다. 비가 내려 산지의 토양이 강으로 쓸려 내려가면, 굵은 입자들은 물살이 빠른 곳에 자갈로 가라앉고, 작은 입자들은 물에 뜬 채 멀리 운반되어 평야의 범람원에 진흙으로 퇴적되거나 바다 개펄의 개흙이 된다. 모래 입자들은 강바닥을 따라 천천히 하류로 이동하지만, 사행하는 하천의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변을 따라 모래밭에 퇴적된다.
모래가 잘 만들어지는 곳: 모든 종류의 암석 풍화 작용으로 모래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원래 입자 크기가 수 mm 정도이고 풍화에 강한 광물로 구성된 암석들이 모래를 형성하기 쉽다. 약하거나 용해되어 없어지는 암석, 아주 작은 입자로 구성된 암석은 모래를 형성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풍화에 약한 방해석으로 구성된 석회암 지역에 모래가 형성되기 어렵고, 아주 작은 광물 입자로 구성된 이암이나 셰일이 분포하는 퇴적암 지역에도 모래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 종류의 암석이 풍화되는 지역에서 다량의 모래가 형성될 수 있다.
금모래, 은모래: 모래의 색이나 밝기는 구성하는 광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하와이같은 화산 현무암 지역의 모래는 휘석, 감람석, 자철석 같은 어두운 색의 광물이 많아서 검다.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조개껍데기 파편들 때문에 밝은 색을 띠는 모래 해변이 많지만 검은 색 현무암 모래사장들도 있다. 그러나 화강암이 분포하는 지역의 모래는 석영, 칼륨장석, 사장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밝은 색의 금모래 은모래가 형성된다. 연황색, 칼륨, 장석이 많으면 금모래가 되고, 흰색이나 연회색을 띠는 사장석, 석영, 백운모가 많으면 은모래가 되겠다.
우리 강의 모래: 우리나라는 중생대의 활발한 마그마 관입 활동으로 화강암 계열의 암석이 많이 분포한다. 남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도 화강암 분포 지역을 통과하여 흐르고 있다. 따라서 이들 강에는 모래가 다량으로 퇴적되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강 모래의 가치
경관: 큰 강을 따라 광대하게 펼쳐진 금빛 은빛 모래 사장은 푸른색의 강물과 초록의 강변, 산과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 가까운 모래밭은 그 동안의 골재채취로 이미 많이 훼손되었지만 중 상류 지역에는 아직도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 많다. 사실 우리나라 강처럼 아름다운 빛깔의 화강암질 모래밭이 잘 발달된 강도 드물다. 석회질이나 점토질 퇴적암이 많은 유럽의 템즈, 라인, 센, 다뉴브강에는 넓은 모래밭이 거의 없다. 중국의 황하는 황토지대를 흘러서 늘 누런 색을 띠고 진흙이 많이 퇴적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빛 은빛 모래밭은 그 자체로서 보존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인조호수를 만들고, 강변에 콘크리크 축대를 쌓고, 모래를 퍼내고¡|. 달력 그림의 유럽의 강이나 빙하호수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강은 한반도의 온대습윤기후, 산악지형, 화강암질 지질 조건을 반영한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넓은 모래밭도 그 중의 하나이다. 서구인들이 우리 강의 넓은 모래밭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낙동강의 모래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자!
하천의 자정작용: 모래는 하천의 습지와 함께 하천의 자정작용에 기여한다. 모래의 수질 정화작용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돗물 정수장에서 부유물이나 미생물을 걸러내기 위해 모래를 필수 여과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강물은 하도 표면을 흘러 가기도 하지만 모래와 자갈층으로 스며 들어 흐르기도 한다. 스며든 물의 부유 유기물은 모래와 자갈층에서 걸러지고 정화된다. 때로는 모래와 자갈층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수질 정화를 돕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하천의 막대한 양의 모래는 물놀이를 위해서 치워야할 대상이 아니라 거대한 정수장치로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맑은 물의 저장고: 모래층을 덜어내 없애도 그 만한 공간만큼 물을 저장할 수는 없다. 모래층에는 공극이 40%정도 있기 때문에 하천수면 또는 지하수면 아래 모래는 이미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더구나 모래층의 물은 이미 걸러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맑은 물이다. 대도시에서는 하천수 또는 저수지 물을 대량으로 퍼서 정수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도시에서는 하천 바닥의 모래 자갈층 속을 흐르는 복류수를 채수하여 수돗물로 이용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깨끗하니까 정수 과정에서 약품도 적게 쓰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니까 하천 모래층은 맑은 물의 거대한 저장고라고 할 수 있겠다. 4대강 사업으로 모래를 덜어내 낮은 수질의 물을 확보한다는 명분은 구차하다.
바다: 강의 자연적 역할은 물과 퇴적물을 바다로 운반하고 지표면을 침식하여 지형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입장에서는 물의 공급원이며 문명의 발상지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태계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이에 적응하였다. 강이 운반하는 막대한 퇴적물이 수많은 댐으로 차단되면 강하구와 주변 연안 지형,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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