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국민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죽고 싶은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김유진

| 2010-07-22 13:05:29

(이기명 시사평론가)

정당이나 정치인이나 가장 입에 잘 담는 말이 있다. 대의와 명분이다. 거기에다 그 앞에 반드시 붙이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 말을 믿을까.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의와 명분과 국민을 위한다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유를 길게 설명하면 국민들이 웃을 것이다.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말이다. 그렇다. 국민들도 이제 만성이 됐다. 만성이 돼서 으레 그러려니 한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분노는 가슴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마치 사화산 같았던 휴화산이 무엇인가의 계기로 폭발하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안보정책, 그 밖에 정책들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을 보면서 당연히 그러려니 한다. 지쳤기 때문이다. 말하기 싫기 때문이다.

드디어 폭발했다. 6.2지방선거다. 사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응징은 투표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당연하다는 국민의 생각이다. 그러나 절대로 야당이 잘하기 때문에, 예뻐서 표를 준 것은 아니라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착각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착각을 하고 그 밖에 야당들도 착각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은평을’의 선거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착각의 미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단 말인가. 저마다 입만 열면 정권 심판론을 말한다. 자신들을 지지해야만 정권심판을 한단 말인가.

자신이 있는가. 무엇으로 심판을 한단 말인가. 당연히 표로 심판한다. 표는 누가 주는가. 야당이 표로 심판할 자신이 있는가. 민주당이 대답해 보라. 참여당이 대답해 보라. 민노당이 대답해 보라. 비록 양심이 없다고 해도 대답을 못할 것이다.

당연하다. 아무리 여론조사를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판단이라는 것이 있다. 한나라당의 이재오가 대단한 후보라는 것은 야당도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해 오려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참여당과 민노당도 독자적인 당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자신하는 것이 있다. 야당이 단일화하면 승리한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를 고대한다. 왜냐면 6.2지방선거에서 은평은 40대 초반의 야당후보를 선택했다. 단일화만 하면 거의 당선이 된다고 믿고 있다.

왜 못하는가. 자신들로 단일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비난하지 않는다. 비난할 것도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모두 자기 당이나 자신이 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지만 ‘은평을’의 경우는 좀 특수하다. 단일화하지 못하면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엄숙한 현실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하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하고 그러면 야당 모두의 공통적 염원인 정권심판론은 무위로 끝난다. 야 3당의 계산이 갈리고 이해가 갈린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로몬을 모셔다가 심판을 구해야 하는가. 아니다. 바로 국민의 염원대로 하면 된다. 국민의 염원인 단일화를 이룬 다음에 양자대결에서 심판을 구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의 염원이 단일화라는 것을 무엇으로 아느냐고 할 것인가.


6.2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 맞다. 그렇게 참패를 당했으면 국민의 심판이라고 알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렸다는 어떤 정황도 없다. 도저히 어린 자식들과 함께 TV를 볼 수 없는 강용석의 여성관련 발언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야당의 자세는 어떤가.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주장을 일일이 소개할 필요도 없다. 단일화는 맞되 자기들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좋다. 단일화만 해라.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좋다. 제비뽑기를 해도 좋다. 단일화만 해라. 제1 야당이라고 큰소리쳐도 소용없다. 이번에 지면 가장 많이 비난을 받는 것 이외는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참여당과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의명분은 국민의 염원 앞에 존재할 수 없다. 누가 제2의 노회찬이 될 용기(?)를 가졌는가. 정치 그만둘 생각해야 한다.

후보들이 결단을 하면 가장 좋다. 그러나 연목구어다. 정당의 지도자들이 해야 한다. 민주당의 정세균 민노당의 이정희 참여당의 이재정, 심각하게 고만해야 한다. 무엇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인가.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들겠다는 평소의 약속을 지킬 기회다. 실천할 때다. 이번 야권 연합으로 승리를 한다면 이것은 어느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모두의 승리다.

만약에 실패한다면 모두가 실패하는 것이다. 국민의 질타 속에 서로간의 책임 전가와 비난, 앙금, 이것은 쉽게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한두 달 하고 마는 것은 아니다.

2년 후면 총선이 있다. 대선이 있다. 야권의 연합이 실패해서 패배한 후 서로의 책임 전가로 물고 뜯은 후 앙금이 가득한 상태에서 총선을 맞이해 보라. 대선을 맞이해 보라. 잘 될 것 같은가.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지금 작은 것을 잃더라도 나중에 큰 것을 얻고 대의명분까지 얻게 된다면 그게 얼마나 빛나는 승리며 보람 있는 승리인가. 지금 야권단일화를 포기하고 지는 싸움을 계속해 보라. 국민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시는 대의명분을 입에 올리지 말라. 심판론을 말하지 말라.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말라.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