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소

박상현(인천삼산서 부흥지구대)

문찬식 기자

| 2010-08-17 14:05:16

연일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에 사망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가히 살인적인 더위라 할만하다. 안 그래도 더운데 이토록 푹푹 찌다 못해 삶아대는 요즘에는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렵다.

필자 역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웃는 일이 적어졌다. 일부러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도 해보지만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다 보면 “더워 죽겠네.”를 연발하며 어느새 인상을 쓰게 된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고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실내에 들어서면 밖에 나가기가 싫어지니 올 여름이 정말 덥긴 덥나보다.

날씨 탓인지 경찰서 지구대를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택시비 시비로 지구대에 오게 된 운전기사와 손님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하고 오래 사귄 연인들이 다투가 지쳐서 112신고를 하기도 한다.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만 하는 이들에게 경찰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사연과 주장을 내세우느라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도 미소를 잃지 않고 유연하게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선배들을 보며 감탄할 때가 많다. 물론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힘은 그들의 미소와 여유라고 생각한다. 시원한 물 한잔 건네면서 자초지종을 듣고나면 각자 억울하고 섭섭한 부분이 얼음에 물에 녹듯 사라진다.

편의점에 들러 땀 식히며 커피 한잔 마시는데 7,8살쯤 되보이는 꼬마가 제복 입은 필자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무슨 일 있어서 왔어요?” 너무도 어른 같은 아이의 말에 어이없어“요즘 애들은…….” 하며 혼잣말을 하지만, 웃고 나니 어쨌거나 기분은 좋다.

더위에 지친 동료에게 썰렁한 농담이라도 한마디 해보자. 가족과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껏 웃어보자. 우리 모두 폭염에는 폭소로 맞서 시원하게 여름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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