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오피니언면 김재용(인천 서부소방서 소방경)
문찬식 기자
| 2010-09-01 07:46:57
김재용(인천 서부소방서 소방경)
미국에서 소방관은 슈퍼맨, 베트맨에 버금가는 영웅으로 여겨진다. 미국 내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When I grow up, I want to be'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소방관은 매년 아이들의 장래희망 상위에 랭크됐고 911테러 이후에는 장래희망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많은 아이들이 소방관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과연 소방관은 영웅인가? 소방관이 영웅이면 영웅이 가는 길을 막아서면 되겠는가? 소방관들이 항상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슈퍼맨이나 베트맨처럼 가장 빨리 달려 와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영웅이라 여기고 자신들도 어른이 되면 어려움에 빠져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은 착한 마음에서 소방관을 장래희망으로 이야기 하는 것 이라 생각한다.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충돌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게 된다. 목숨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인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생명을 구하고자 본능과는 항상 반대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화염에 휩싸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본능적으로 피난계단으로 몰릴 때 수많은 소방관들은 피난 인파의 반대 방향으로 수십 개의 계단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힘겹게 올라갔고 그중 많은 이들이 건물이 무너져 사망했다는 것을 우린 TV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다.
그렇다면 소방관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 화재출동 지령을 받고 출동을 하면 전에는 자신의 차를 멈추거나 소방차가 앞서가게 양보하는 차량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신호에 걸리지 않으려 액셀레이터를 더 밟거나 오히려 좀 더 빨리 가려고 소방차 뒤를 바짝 쫓아 소방차를 위협하는 차량을 볼 때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어른들이 어린 아이에게 신호등을 건널 때 가르쳤던 그 생각으로 어른들도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소방차를 보면 운전하던 차량을 잠시 비켜주어 소방차 가는 길을 막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인천시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및 신도시 건설 등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며 한정된 도로 속에서 교통체증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제약된 도로 여건 일지라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들은 화재와의 전쟁 속에서 오늘도 출동하고 있으며 소방차 가는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활짝 열릴 것을 기대한다. 곧 휴가철이 지나고 날이 서늘해지면 본격적인 화재발생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빗물이 모여 내를 이루듯이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한 작은 관심이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더불어 이웃의 생명을 구할 것임을 확신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