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또 다른 소통을 낳는다
김진영(인천강화소방서 지휘조사팀)
문찬식 기자
| 2010-09-05 11:48:20
불길을 목전에 둔 소방차의 시동이 꺼진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개인의 목격담 혹은 지인과의 주고받은 이야기가 곧 기사거리가 되는 인터넷 바다 속에서 이는 곧 내 가족, 내 집이 피해를 입은 것처럼 ‘나의 일’이 되어 문제를 의식하고, 대화하며 문제제기를 갖는 일련의 반복과정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다.
반면 도로 위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멈춰서 있는 소방차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어떠한가? 의례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꽉 막힌 도로에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아니한지. 이런 일은 비단 도로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가 및 아파트 단지 내의 무분별한 주차행태는 소방차의 진입과 진압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돼 짧은 길을 우회하게 하고 쉽게 진화할 수 있는 불길을 거세게 만들며 결국 있어서는 안 될 인명피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사회적 인프라망의 부재를 이유로 한 개인적인 불만을 품게 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경험담을 터놓고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꺼리게 한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소방차 길터주기’의 시작은 여기부터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개인의 편의상 미뤄만 오던 것. 부끄러운 자화상에 타부시 돼버린 불편한 진실을 벗어 던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잘못된 것을 잘못된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특정다수 속의 익명의 한사람에서 벗어나 소방차의 생명길에 파란 신호등이 돼줄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 '소통(대화, 문제제기)'은 또 다른 “소통(차량의 원활)”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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