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정권 바뀌면 어쩌지

이기명 시사평론가

안은영

| 2010-11-24 15:15:17

(이기명 시사평론가)

조선과 중앙이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렸다고 호들갑을 떨기에 무슨 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린가 했더니 사설에다 몇 마디 쓴소리 좀 한 모양이다. 동아는 여전히 일편단심이고. 당연한 소리 몇 마디를 대단한 것처럼 떠드는 걸 보고 언론의 현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혹시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진원지인 사설 집필자가 바른 소리 했다고 괜히 우쭐할 것 같아 한마디 하는데 그걸 가지고 조선 중앙이나 언론이 등을 돌리느니 쓴소리를 하느니 하는 것은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조중동이다. 조중동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잘 안다. 왜곡 편파 과장의 대명사다. 당연한 얘기가 칭찬받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제대로 비판한 기자가 칭찬을 받으면 그것은 병든 언론이다. 병든 기자들의 사회다.

경찰이 도둑놈 잡았다고 칭찬 듣는가. 참으로 치사하고 더럽다. 창피하다.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은 반드시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마치 한국 언론이 정론을 펼치는 것인 것처럼 수선을 떠는데 낯 간지러운 제 자랑이다.

심하다고 생각하면 반성해 보면 안다. 이미 반성이란 어휘를 까먹은 지도 오래됐을 기자들이 수두룩할 테니 반성 운운하는 것은 사치스런 말이지만 기자 중에는 아직도 할 말 하는 기자들이 있어 좋은 기자와 나쁜 기자를 구별하게 해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인들이 하늘처럼 여기는 조중동이 민간인 사찰이나 대포폰에 대해 치열하게 따져 들고 풍산개처럼 물고 늘어졌다면 청와대도 별수 없었을 것이다. 죽으나 사나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여당이나 검찰은 청와대가 입 꽉 다물고 있으니 요지부동이다. 그게 믿는 구석이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국회의 몫이라고 청와대가 그러는데 그 사람이 정말 한국 사람인지 국적 조사 좀 해야 한다. 이렇게 한국정치의 현실을 모르고 밤에 술 취해 집이나 제대로 찾아 들어갈지 의문이다. 속 보이는 소리다.

조중동은 지각이 들었나

조중동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역시 청맹과니다. 설사 그들의 행동이 옳지 않다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슬픈 현실이다. 마치 조폭이 못된 인간들임을 알면서도 그들의 주먹을 무서워하는 것이나 같다.

조폭들이 자신들의 충성도나 조직력이나 힘을 좋은 곳에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으로 여름밤 개꿈 같은 소리지만 그렇게 갈망하는 것은 오늘의 정치현실이 너무나 암담하고 정치인들은 정신 차릴 가망이 없고 그러니 조폭같은 조중동이 혼 한 번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중동이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고 조중동이 제정신 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결론이 날 수가 있다. 하루 이틀 해 먹고 끝낼 신문사도 아니고 이만큼 만들기에 얼마나 욕을 먹고 땀을 흘렸고 수모를 겼었는데 정치권력에 잘만 빌붙으면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잘해 먹을 수 있는데 괜히 미운털 박힐 짓 왜 해?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많다. 또 그렇게 성장해 왔다. 또 있다.

그들은 언제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자신들을 필요로 할 것이고 집권세력 스스로 제 발로 기어 와 구걸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변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고나 할까.

언론은 자신들의 권력이 무한하다고 믿고 있다. 어느 정권도 언론의 미움을 사면 온전히 권력을 누리지 못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신앙과 같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언론의 왜곡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세금폭탄이란 단 한마디가 융단폭격으로 변해 쑥대밭이 됐다.

그뿐인가. 퇴임한 대통령은 아방궁에서 산다는 정신병 수준의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은 그 후손들을 위해 쓰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 빨대가 던져주는 기사를 받아 급기야 퇴임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비극을 만들어 낸 검찰 빨대와 언론의 죄는 반드시 받아야 하고 물어야 할 것이다.

23일(정오) 여의도에 이인규가 나타났다. 얼굴이 팔려서인지 행인들이 흘깃거린다. 가슴에서 불방망이가 치민다. 참자, 참자, 참자, 세 번 뇌었다.


봉하의 대통령 사저를 공개한다고 한다. 이때 바로 기사를 쓴 기자를 초청해서 두 눈으로 똑바로 보게 해야 할 것이다. 두 눈이 제대로 박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조중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보면 그들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머리 좋고 똑똑하다는 인재들이 버글거리는 언론사다. 온갖 정보가 모인다. 왜 정권의 값을 매기지 못하겠는가. 왜 정권의 운명을 점치지 못하겠는가. 이미 충분히 결론을 냈을 것이다.

문제는 결정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언론사들 자신이 지나간 과거를 너무나 잘 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나 잘 안다. 이제 언론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정답이 없다.

국민으로부터 비난받는 언론과 존경받는 언론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역시 사람도 마찬가지다. 손가락질당하는 기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존경받는 기자가 얼마나 되고 싶을 것인가.

지금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이 청와대에 등을 돌렸다고들 하는데 등을 돌리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잘못하면 비판하는 것이고 그것이 등을 돌린 것이라면 옳다. 그것이 언론의 갈 길이다. 제 길 가면 된다.

그동안 그만큼 정치권력에 붙어 단물을 빨아 먹었으면 이제 국민을 위해 봉사 좀 해 보라고 권한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유가 뭔가. 잘못을 깨달으면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똑똑하다는 기자들이 말이다.

이제 특검이나 국정조사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한나라당의 운명이 걸렸다. 이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의 한계가 온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이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한다.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면 이럴 때 읍참마속이란 고사를 실천해야 한다.

이제 다시 수백만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밝히고 성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다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사과할 것인가. 그때 국민들이 믿어 줄 것이라고 믿는가.

조중동은 이제 변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어물거리다가 때를 놓치면 그때는 사과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때 읍참마속을 열 번 해도 국민은 웃는다.

해답이 바로 앞에 있는데 보지 못한다면 스스로 비극을 자초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청와대가 호랑이처럼 무섭더라도 할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거수기라라는 말이 기분 나쁘다고 앙앙대지 말고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중에 원내 교섭단체도 구성 못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러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랴.

청와대와 국회와 언론이 선택할 길은 하나다. 국민 편에 서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더욱 정신 좀 차려야 할 것이다. 이유는 잘 알 것이다. 돌쇠라고 의리 지키기인가. 또 다른 이유인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동아는 국민들이 말하듯 돈키호테 바로 그것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원충연 전 사무관의 108쪽짜리 수첩에는 참 기막힌 이름들이 다 있다. 이게 무슨 개도 못할 부끄러운 짓인가. 수첩에는 ‘목숨 걸고’라는 말도 나온다. 이게 목숨 걸 일이냐.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은 한시라도 빨리 정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정권이 1년에 열두 번을 바뀌어도 겁날 것이 없다. 하루를 살아도 존경받는 매체가 되어 보라. 자랑스러운 기자가 되어보라.

어디 가서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것처럼 서글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