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지킴의 아름다움

박상현 인천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진용준

| 2010-12-06 16:04:30

박상현 인천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인천국제공항 게이트. 바람이 휘몰아치는 너른 벌판에 억새풀이 바람에 따라 누웠다 일어선다. 행여 모자가 날아갈까 모자챙을 쥐고 길게 뻗은 도로를 걷는다. 가을에 걸맞게 햇볕은 따갑고 바람은 차다. 형광색 우의 뒤에 커다란 글자가 박혀있다. ‘POLICE’

게이트 문이 열리고 검은 리무진이 미끄러져 나온다. 확인절차가 끝나자 바리케이드를 열고 힘차게 거수경례를 붙인다.

한편, 같은 시간 OO지구대. 행사에 동원된 경력 탓에 근무조가 줄어들어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발에 밴 땀은 어쩔 수가 없어 휴게 시간에 양말을 갈아 신는다. 온종일을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지내야 하니 식사와 세면도 근무 중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선잠을 자고 일어난 동료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선다. 112신고가 들어왔다, 출동이다.

운 좋게도 이번 행사 때 경찰관으로서 할 수 있는 두 가지 근무를 경험하였다. 정상들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경계근무를 서봤다. 또 지구대에서 민생 치안유지 업무를 24시간 경험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쉬는 날 코엑스 행사장을 찾아가 동료직원을 만나 수도 치안의 수고로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니, 비록 행사장 전면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치의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행사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언론의 조명을 잔뜩 받고, 시민으로부터 수고한다며 따스한 격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행사장을 지킬 수 있던 것은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민생치안에 묵묵히 힘써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여전히 많은 메달을 거머쥐며 세계에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개인의 실력이 빛을 발하는 레슬링이나 유도 같은 종목도 있지만, 구기종목처럼 팀워크가 좋아야 실력발휘가 가능한 경기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여자 축구가 일궈낸 동메달은 매우 값진 결과다. 그러나 공격수만 있어서 승리를 거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축구경기에서 골키퍼가 공을 잡지 않고 골을 넣으려 애쓴다면 어떻게 될까, 수비수가 수비에 집중하지 않고 공격에 치중한다면 그 결과는 또 어떨까. 각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네 인생의 드라마가 완성된다. 11명의 선수 모두가 스트라이커가 될 수는 없다.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누구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모두가 주인공인양 행동하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끔찍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이 있으면 조연이 있고 엑스트라도 필요하다. 물론 화면을 장악하는 것은 주인공과 비중있는 역할들의 몫이지만 이들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한편의 영화가, 드라마가 온전히 완성되는 것이다

온 국민이 긴장 속에서 치러낸 G20 정상회담의 여운과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의 벅찬 감동을 만끽하기도 전에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국민이 보여준 저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굳이 역사적 사건들을 열거하지 않아도 최근에 있었던 G20만 해도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세계가 잊을 정도로 성황리에 마쳤다.

또 광저우 아시아 경기대회에서는 놀라운 성적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다 하여 감정적으로만 대응하거나 허둥대서는 안된다.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 국민이 이제까지 잘 그래왔듯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가 빛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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