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배려의 사이렌

관리자

| 2011-01-03 18:47:00

윤나너(가천의과학대학교 응급구조학과)
인천서부소방서 원당119안전센터로 현장실습을 나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테이블에 앉아 학교에 제출할 일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얼른 일어나 지령서 정보를 확인해 봤더니 의식소실과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급한 상황 중에 하나였다. 반장님과 구급대원 선배님과 함께 실습하는 동기와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출동했다.

그렇게 1분여를 달려 사거리에 닿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약간의 양보와 배려를 의미하는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려고 했다.

당연히 조금 속력을 늦춰 주실 거라 기대했던 나는 의외의 상황에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각자 자기 갈 길 바쁘다는 듯 무심하게 쌩쌩 지나치는 것 이였다. 복잡한 도로 교통 상황에 사이렌을 울리며 차선변경을 하려 할 때에도 오히려 끼어들지 말라며 뒤에서 경적을 울릴 때도 있었다.

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까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렇듯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장으로 실습을 나가다 보면 분초를 다투는 환자분들이 더러 계신다.

이러한 환자분들은 최대한의 빠른 접근과 빠른 이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는 사이렌, 주변지리 파악, 운전 기술 등의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빠른 접근과 이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밑바탕에는 양보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이렌을 울리고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앞차 혹은 신호 받은 차들이 양보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언젠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응급구조학과라는 진로를 결정하기도 훨씬 전에 구급대원들의 일상을 다룬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 속의 한 장면 중에는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차들이 서서히 차선 양쪽으로 움직여 길을 내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이차선 도로에서도 차들이 양보운전으로 구급차가 가운데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이 장면이 뇌리에 남을 수 있었던 건 타인을 배려하고 상생하는 복지국가의 초석인 양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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