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령 할머니의 애환
최충근(인천중부경찰서 연안파출소장)
진용준
| 2011-02-24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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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근(인천중부경찰서 연안파출소장)
산 위에는 억새풀이 휘날리던 가을의 해질 무렵이었다.
때는 바야흐르 지난해 추석을 앞둔 9월말경 제법 쌀쌀한 날씨에 파출소 문을 두드리며 들어선 정장을 한 할머니 한분이 찾아왔다.
근무 중인 경찰관에게 다가서더니 누군가 자신을 죽일려고 쌀과 소금독에 독약을 타서 살 수 없다며 처리해 달라는 간곡한 취지의 웃지 못할 사연을 접하였다.
할머니의 말에 직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진지한 표정이 역력하였다.
직원들이 민원청취를 하고 있었고 필자가 마침 순찰을 마치고 돌아와 “할머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며 차 한잔을 권하며 방문이유를 다시 물었다.
할머니는 인천 도화동 어느 흐름한 빌라에 혼자살고 있는데 누군가 쌀과 소금독에 독을 타서 죽일려고 하여 신고를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고 미친 사람 취급하여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며 처리해 달라는 내용과 함게 손을 약간 떨고 있었다.
필자는 할머니가 고령으로 혼자 살면서 약간의 치매 증상임을 감지하고
손을 잡아주면서 안심을 시키고 수사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 귀가토록 하였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파출소에 수시로 전화하여 수사의 진행상황이라도 확인하려는듯 일부러 찾아와 필자를 만나고 가면 잠도 잘오고 마음이 편안하다며 파출소 단골손님이 되었다.
추운날씨 연루한 몸으로 먼 거리에서 파출소에 방문하는 할머니의 건강도 염려되어 가족에게 연락해 주려고 하였으나 할머니는 가족들도 똑같은 미친 사람 취급한다며 알려주지 않고 과학수사를 해 달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국민을 위한 경찰은 범죄 이외에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띄면서도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에게 따듯한 관심과 배려가 사회를 밝게 만드는 등불과 같은 존재요 공직자들은 시대의 소명이며 그런 일들을 묵묵히 수행 하는 것이 진정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가한 일요일날을 이용하여 오전 직원1명과 같이 카메라등 채증장비가 든 감식장비를 준비하여 할머니집을 찾았갔다.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더 반가워하며 과일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우리는 장갑을 끼고 실제로 범행현장에서 하는데로 쌀, 소금 사진촬영등 일련의 과정을 재현한 다음 국립과학수사 연구소 에 의뢰하여 결과가 나오면 통보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할머니댁을 빠져 나왔다.
그로부터 1주일 후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결과가 나왔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 마음 편히 지내시도록 걱정하지 마시라고 위로 해 주었고 시간은 흘러 경인년의 해가 저물고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듬해 동장군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중순경 할머니는 다시 박카스 2박스를 들고 파출소에 방문하셨다.
필자를 반기며 하는 말씀 부평에 있는 언니집에 살고 있는데 예전집은 너무 무서워서 비워놓고 있는데 과학수사를 한번만 더 해달라는 것이었다.
건강한 모습이나 손떨림과 누군가가 자기를 해치려고 한다는 증세는 여전하였으며, 필자를 아들같이 생각한다며 할머니는 파출소에 왔다 가면 잠도 잘 오는데 가끔 방문하면 어떠냐는 할머니의 요청에 웃으면서 언제든지 파출소에 찾아오세요 그리고 이웃집 할머니들과 잘 지내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위로해준 다음 문밖까지 배웅 해주었다.
필자의 경찰30년 생활동안 고난의 세월을 수없이 겪었지만 친절 만큼 이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없다.
친절은 얽힌것도 풀어주고 어려움은 수월함으로 비참한은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세상의 가장 소중한 진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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