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복(군포소방서 오금 119안전센터)
지난주 경기도 소방학교에서 5일간의 CISD리더(위기상황 스트레스 관리 요원)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첫 번째는 내가 과연 직원들의 위기 상황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잘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미 나는 예전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기본과정 등 여러 차례 교육훈련을 이수한 터라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걸음마 수준이다보니 혼란스러움이 교차되어 그런 상반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 소방관들이 현장활동을 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조금만 지나치면 패닉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출동벨이 울리면서 시작되어 인명피해라도 있는 화재 구조 구급현장 활동에서 조금은 아쉬운,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여지없이 자괴감이 온 몸을 꽁꽁 묶어 버리곤 한다.
현장활동의 처음과 끝에서 스트레스란 놈한테 매번 당하기 일쑤지만 몸에 유익한 스트레스도 존재하기에 잘 다스리는 기술 또한 리더로서 겸비해야 긍정의 힘으로, 긍정의 착각속에 편히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필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예방법과 심리적 위기 상황을 지지해 주는 기술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배웠다.
앎을 실천에 옮겨야 비로소 그 효용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CISD리더로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중에는 관계 형성 기술과 경청하는 자세가 단연 으뜸이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으로 소방관들의 PTSD를 예방하고 관리하기에 어느 정도 관계형성에 있어서는 일반 상담가에 비하여 우위를 점한다 할 수 있겠지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세야 말로 결코 쉽지 않은 기술중의 하나다.
간혹 남의 말을 열심히 듣고는 있는데 집중을 못해 되묻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비언어적 제스처나 얼굴 표정을 읽는데 둔감하고 주의 깊게 듣는 편도 아니라서 경청의 세부적인 기술이 부족함에 걱정부터 앞선다.
맞장구도 치고, 추임새도 넣고 해서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공감 표현으로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준 것 밖에는 없습니다.”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조직의 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들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위기 상황 발생 시 지혜롭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을 CISD리더라 정의할 수 있는데 전문적인 상담가라고는 할 수 없고, 어떤 치료목적의 의료종사자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다만 PTSD증상을 현재 겪고 있는, 잠재된 인자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심리상태를 끄집어내어 예방하고 관리해 주는 중간 매개체로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CISD리더이고 싶다. 어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것도 경험 많고 유능한...
누가 그냥 붙여준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리더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여 배역에 맞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무슨 정신질환인 양 치부하는 것도 문제고, 상담받기를, 도움의 손길을 외면해 버리는 우리 모두의 인식도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편안하게 서로 이야기하면 소통이 된다. 이번 교육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기억에도 많이 남을뿐더러 이어지는 다음 교육과정 또한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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