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인천중부소방서 안전담당관 소방위)

오늘은 올 해들어 가장 추운 날인 것 같다. 얼마 전 화마와 싸우다 우리 곁을 떠난 소방관을 생각하면 이 추위만큼이나 가슴이 저미어온다.

내가 근무하는 인천중부소방서는 금년 들어서 12월 현재까지 157건의 화재가 발생하였다. 대부분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예방할 수 있는 화재였다. 화재는 주택, 아파트, 차량, 창고, 공장, 음식점, 숙박시설 순으로 거의 모든 업종에서 발생하였고, 전기, 기계적, 담배, 불장난, 방화 등에 기인(起因)하여 발생한 화재가 대부분이며,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 39%를 차지하였다.

화재예방은 적절한 소방시설의 설치와 소방관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상시 관계자의 화재예방, 화재시 신속ㆍ적절한 대응, 소방ㆍ방화시설의 유지ㆍ관리 철저, 체계적인 소방교육ㆍ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화재예방 의식이다.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잘 마무리 하면서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연말연시에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연말연시에는 어떠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가?

낮아지는 기온으로 인하여 사무실이나 재래시장 내 이동식전기난로의 사용, 화기를 이용하는 조리기구 사용시간의 증가, 유가급등으로 인한 작업장 화목난로 사용의 증가 등 연말연시에는 일년 중 가장 불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시기이므로, 화재의 발생위험 또한 가장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난방기술의 발달로 이동식석유난로의 사용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유가급등으로 전기난로의 사용이 증가되고, 일부 운전자들은 엔진을 불법으로 개조하여 타고 다니는 등 화재위험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두 번째로 어떠한 것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가?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연기이다. 지금까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재사례를 살펴보면 비상구가 잠겨있거나 통로 등에 물건이 쌓여 있음으로 인하여 신속한 대피를 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화재현장에서 귀중품이나 돈에 집착함으로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에 진입하는 소방대원들에게도 상당히 위험한 일인데 하물며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화재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 외에도 “설마 내가 사는 집에, 내가 있는 곳에 불이 나지 않겠지?” 하는 설마의식 및 호기심으로 저지른 어린이 불장난, 홧김에 저지른 방화 등 우리들의 잘못된 의식 또한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주요원인 중 하나이다. 즉 우리 주변의 환경적인 요소와 의식적인 요소가 모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소방공무원 6명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안전의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