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올 화두는 ‘위기경영’
車 ·조선·전자 등 원가 절감·내실 다지기 올인
관리자
| 2012-01-15 14:10:00
유럽 재정위기가 새해 들어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3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강등하면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새해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글로벌 경영환경의 위기감 팽배에 따라 안으로는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을 펴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고조되고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비상경영체제를 통한 내실경영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시설투자도 중요하지만 원가절감과 내부 조직개편, 유동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정부는 예견된 강등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국내 경제의 둔화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보수 기조로 돌아선 것도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올해 국내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선 신년사에서 "2012년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내실경영을 통한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 기반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이유는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당초 판매목표보다 30만 대를 초과해 660만 대를 팔았지만 올해는 40만 대 늘어난 700만 대로 낮춰 잡았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르노삼성차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 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불황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내수 시장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70%에서 2013년까지 80%로 높이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기능으로 기존 라인업의 상품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올해 안에 SM3 전기차를 런칭하고 내수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기존 라인업을 강화키로 했다. 여기에 2014년~2016년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제품 라인업과 기술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008년 리먼 사태를 성공적으로 넘긴 포스코 역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12일 철강협회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철강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대응시스템을 보다 세밀하게 가동하고 원가혁신을 확장해 체질과 체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당초 3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광양제철소 1고로 개보수 시점을 2013년 이후로 미뤘다.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 연기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또한 올해 투자 규모도 5조5000억원 선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7조3000억원에서 6조로 투자 규모를 낮춰 잡은데 이어 올해 계획도 5000억원 가량 하향 조정한 셈이다. 대신 연간 원가절감 목표도 당초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역시 기존 3고로 투자 외에 추가 투자계획은 잡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해 6500억원의 원가절감을 추진한데 이어 올해도 동등 수준의 원가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만 1600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앞으로 원가절감 차원에서 원료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동부제철도 내실경영에 주력하는 경영방침을 고수할 예정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기로를 더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위기 속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 안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조선업계도 원가절감을 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기술 로열티라도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조선사들이 가장 활발히 개발하고 있는 분야는 특수선이나 해양플랜트다. 국산화율이 낮기 때문인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들어가는 화물창(탱크) 개발과 특허 등록이 활발하다. 탱크의 경우 독자개발에 성공하면 1척당 90억~100억원의 기술 로열티를 안 줘도 된다.
삼성중공업은 멤브레인형 LNG선 화물창을 독자 개발해 로이드선급(LR)과 미국 선급(ABS) 등으로 부터 모형시험 인증을 마치고 선주들을 대상으로 론칭행사까지 했다. 2013년까지 동양강철과 함께 LNG선박용 단열재로 쓰이는 폴리스티렌을 대체할 새로운 알루미늄 소재도 개발할 계획이다.
설계와 생산과정에서 다양한 원가절감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설계 최적화를 통해 강재(鋼材)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재비를 줄이고 있다. 생산과정에서는 공법을 개선해 공기를 줄이고 자동화 로봇을 개발해 용접과 도장 작업의 자동화율을 끌어올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LPG화물창 보강재의 간격과 크기, 판 두께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LPG운반선 화물창 최적설계시스템'을 개발했다. 8만2000㎥급 LPG선을 설계할 경우 기존 화물창보다 약 200t의 강재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 용접시스템을 접목시켜 2015년까지 전체 용접 시스템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작업자가 LCD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용접 전압과 전류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도 숙련자와 같이 용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을 20% 가량 향상시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STX조선해양도 최근 독립형 LNG화물창을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협회로부터 기본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개발된 LNG 화물창은 21만3000CBM(㎥)급 LNG선에 적용할 수 있어 기존 LNG선(8만CBM)보다 2.6배 가량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양플랜트 기술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상선 분야는 90% 이상 국산화됐지만 해양플랜트는 20~30%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에 기술 로열티를 줘야 하는 조선사들로서는 신 시장을 여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하 50℃(설계온도)까지 견딜 수 있는 극지형 아틱(Arctic) 드릴십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얇아져 자원개발이 용이해 지자 극지에서도 시추작업이 가능한 해양구조물을 개발한 것이다.
TV 제조사들도 원가절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 여파로 값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악화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가 하던 TV용 LCD 모듈 제작을 TV를 제작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직접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 공장에 모듈 공장이 들어오게 되면 물류비가 감소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재고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공동 디자인 제작 시스템(cDMS)'을 채택했다. cDMS는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TV 제작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라인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폴란드에 위치한 LG전자 유럽 TV 생산법인에 cDMS를 적용한 TV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며 올해부터 제품이 생산된다.
LG전자 관계자는 "폴란드 생산법인에 cDMS를 실제 적용해 연구로 확인된 원가절감 효과를 검증할 것"이라며 "원가절감 효과가 뛰어날 경우 국내외 사업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V 제조사들이 원가절감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중국의 저가공세로 값이 내려가고, 스마트 TV 등 기술 발전으로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원가절감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어느 한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정운찬)은 원가절감형 공동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약 4개월 간 시범사업을 한 후 평가 결과를 토대로 3월까지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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