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그대에게 불러 주는 노래, ‘송포유’
함혜숙
| 2013-04-24 2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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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숙(영상 번역가)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친절한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아내 메리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매사에 까칠하게 대하고 사람들과 벽을 쌓고 사는 아서(테렌스 스탬프). <송포유 A Song for You>는 이 노부부가 서로에게 불러 주는 노래가 흐르는 영화다.
아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노래 교실에 나가는 아내가 못마땅해 툭하면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하나뿐인 아들한테도 다정한 말 한마디 못해 주고 트집만 잡기 일쑤다. 인상 쓴 얼굴에는 ‘고집불통 괴팍한 노인네’라고 딱 쓰여 있다. 하지만 “나한테는 내일이 없을 수도 있잖아.”라며 키스해 달라는 아내의 말에 조용히 입을 맞춰 주는 ‘로맨틱 가이’시다.
메리언은 합창 대회 오디션에서 신디 로퍼의 ‘True Colors’를 독창으로 부른다. “나는 그대의 진정한 색깔을 알아요. 무지개처럼 아름답죠. 그래서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가사로, 아서에게 사랑을 전한다. 하지만 아서는 아내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정한 말을 건네기는커녕 무심하게 대한다.
그러다 메리언이 떠나고 아서는 아내 대신 합창 대회에 나가 빌리 조엘의 ‘Lullaby(Good night, my angel)’을 부른다. “잘 자요, 나의 천사. 이제는 눈을 감을 시간이에요. 언제나 그대 곁에 있을 거예요.” 이렇게 아서는 뒤늦게 아내의 노래에 회답한다. 아내가 떠난 뒤에야 그대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노래를 불러 주다니...
메리언과 아서가 부른 노래는 매끈한 기교가 없이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이야기 전개에 밀도감이 없고 군데군데 빈 구석이 있지만, 이 노래들이 그 빈 곳을 채워 준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는 화끈한 액션도, 빵 터지는 웃음도, 가슴을 쥐어짜게 만드는 큰 눈물도 없다.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묘하다. 극장을 나설 때는 영화가 생각보다 심심하구나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OST를 들으며 곱씹어 보니, 목이 탁 메인다. 자식이든 부모든 가족의 ‘부재’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만큼 슬픈 일이다.
극중에서 메리언의 아들 제임스는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 그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오랫동안 힘들어한다. 자식한테 부모가 없다는 건 인생 한복판이 뻥 뚫린 것과 같은 일이다. 또한 평생을 함께한 아내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우기가 힘들다.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오던 엄마가 툭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해야지.” 그렇다. 자식이든 부모든, 가족이 곁에 있을 때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메리언 말처럼 내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바로 오늘이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으니까. 너무나도 단순한 진실인데도, 우리는 자꾸만 내일로 미룬다. 혹은, 가족끼리는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한다. 그래도 바로 내 옆에 있을 때 ‘그대를 위한 노래’를 불러 주자. 아서처럼 아내가 떠난 뒤에야 노래를 불러 주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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