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소화설비, 멋모르고 있다가...

채승헌

| 2013-07-05 16:30:12

▲ 인천중부소방서 만석119안전센터 소방사 채승헌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이산화탄소(CO₂)는 요즘 들어 뉴스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 귀에 심심치 않게 들리는 화학물질 중 하나이다.


왜 그렇게 주목을 받고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국가비전으로 제시되고 대통령 직속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다는 이유 외에도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우리 몸에 흐르는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이산화탄소는 무독성에 불연성가스로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주로 유류화재 및 전기설비 화재 시에 주로 사용되는 소화약제중 하나이다. 공기 중의 21% 산소함유량을 15%이하로 낮춰 질식소화를 주로 하고 줄·톰슨효과에 의한 냉각소화효과를 부수적인 소화효과로 소화약제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 생명과 재산을 최소한의 피해로 지켜주는 이산화탄소는 화재 발생 시 수동조작 및 감지기의 화재감지에 의한 자동기동에 의하여 구획된 실에 배관을 통하여 CO₂가스를 방출시켜 화재를 소화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되기 전에 신속히 대피하지 못하여 질식사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고사례를 보자면 2001년 금호미술관 방출사고, 2008년 금강대학교 방출사고, 그리고 2011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GM 엔진구동장 지하기계실 방출사고를 들 수 있다.


각 사건의 원인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질식으로 인한 사고임에는 동일하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방호구역에 최소 34% 이상의 CO₂가스를 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가 이뤄진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 20% 이상이 존재할 경우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단시간에 질식하고 사망에 이르게 돼 소화설비가 작동된 공간에서는 사람이 생존하기가 어렵다.


소방관련법령에서는 이 같은 이산화탄소소화설비의 위험성을 감안해 사람이 상주하는 곳에는 설치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설물을 관리하는 관계자나 내부 작업이 요구될 경우에는 접근이 불가피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설치된 공간 내부에서 작업 시에는 제어반의 솔레노이드밸브 연동을 정지시키는 등 사전 안전조치를 취한 후 작업에 임하고 작업 이후에는 작동가능 상태로 전환시키는 등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며 가스 방출 전 방출음(2분30초)이 발생할 동안 신속히 구획실 밖으로 피난하여야 한다.


또한 공사 전 안전조치 여부를 확인하고 작업 실시 전에는 안전수칙 준수사항 등을 관계자가 충분히 교육시켜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사고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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