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6% “통상임금 소송 패소땐 심각한 타격”
“상여금 포함해야” 판결 후폭풍... 3년치 임금차액등 지급해야
뉴시스
| 2013-07-31 14:20:45
#1. 종업원이 54명인 정수기필터 생산업체 A사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폐업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건비가 25% 인상되는 것은 물론 4대 보험료, 퇴직금 등도 올라 현재 매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2. 종업원 404명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B사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자칫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간 임금차액 64억7000만원을 일시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18.7% 오르면 지난해 경상이익의 2.4배에 달하는 25억3000만원을 올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부담하게 되는 임금차액으로 인해 경영상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도산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통상임금 패소시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을 ‘전혀 감당할 수 없거나(18.2%) 감당하기 어렵다(37.9%)’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29.6%),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14.3%)의 순이었다.
지난해 3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기업은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치 임금차액과 소송제기 후 발생한 임금차액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상의 타격을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임금차액을 부담하게 될 경우 경영상태가 어떻게 변화할 것 같느냐는 물음에 기업의 53.2%는 ‘매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일 것(20.6%)’,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32.6%)’이라고 답했다.
‘경영에 약간 부담이 될 것(28.2%), ‘큰 부담 없을 것(18.6%)’이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데 상당수 기업이 이를 감당할 재정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한 판결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결국 많은 기업을 도산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인건비 상승폭을 묻자 ‘10~19%’라고 답한 기업이 3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32.8%), ‘30% 이상’(18.8%), ‘20~29%’(14.3%) 순이었다. 예상되는 평균 인건비 상승폭은 15.6%로 집계됐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등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는 중장기적인 근로자의 소득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대처방안을 묻자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61.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당분간 임금동결’(25.9%), ‘고용감축·신규채용 중단’(22.5), ‘연장·야간·휴일근로 축소‘(21.9%)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바람직한 통상임금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노사합의를 존중하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45.5%)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의 행정지침 법령에 명시’(39.5%), ‘판례대로 법령 개정’(11.5%), ‘개별 사업장과 근로자의 자율적인 해결’(3.2%)등의 순이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만일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확대된다면 기업은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투자와 고용창출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상무는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경우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선진화도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국회와 정부, 대법원은 산업현장 관행과 노사합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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