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 터주기에 우리 모두 동참합시다!

김은택

| 2013-08-01 18:00:24

▲ 김은택(인천중부소방서 공항119안전센터 소방장)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긴 장마와 강한 폭염으로 우리를 지치게 하고 있다. 한때 잔잔하고 촉촉하게 우리 내면 깊은 곳의 감성을 자극하던 비가 언제 부턴가 집중폭우라는 형태로 각종 재해를 일으키며 우리생활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변했다. 또한 매년 더해가는 폭염도 여름철 전력난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냉방관련 기기 및 자동차 화재 등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여름철은 겨울철에 비해 화재로부터 안전하다는 통념을 바꾸고 있다.


우리생활이 윤택해지고 편리해져가면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것들이 새로운 위험요소들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장차 또 어떤 것들이 어떠한 형태로 우리생활을 위태롭게 할지 걱정이 앞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에도 사고현장의 일선에 서서 일하는 소방기관의 역할과 어깨는 여전히 크고 무거울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모 방송의 TV 아침 프로에서 소방차량 길 터주기 관련내용을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화재, 구조, 구급 등의 신고를 받고 긴급히 출동했던 소방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데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고 정지방송을 하며 나아가는데도 도로의 차량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길을 양보해주기는커녕 자기 갈길 만 재촉할 뿐이었다. 잠시 후 보여주는 외국의 사례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긴급차량이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자 앞서가던 모든 차량들이 하나같이 좌우로 피양하면서 길을 열어주는데 마치 성경 속 모세가 홍해바다를 건너는 장엄한 모습을 연상할 만큼 인상적이었고 긴급차량에게 자연스럽게 길을 양보하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왜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소방차 길 터주기는 소방통로 확보의 한축으로써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차의 원활한 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에 지역적인 출동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주차 지도단속부터 공사구간이나 사고발생시 우회할 수 있는 도로파악 등의 지리조사가 있다. 그리고 출동 시 시민들의 즉각적인 피양과 불이행자의 과태료 부과까지 폭넓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민관의 신뢰와 협조가 바탕이 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 2012년 5월 이후 전국적으로 집중적 단속이 실시되어 왔음에도 출동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사실을 잘 뒷받침 한다고 할 수 있다.


관계기관에서는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교통여건 속에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현실성 있는 현명한 대책을 개발하여 널리 홍보하여야 하며 국민 개개인도 단 1분, 1초의 차이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지고 시책에 성실히 동참해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주정차금지구역에 차량 주차를 금하고 골목길 등에 부득이 주차할 경우는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하며 출동 중인 소방차량을 발견하면 곧바로 정지해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일인 것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내부 작업 중이던 작업인부 6명이 숨진 안타까운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서 구조차량이 비양심적이고 몰염치한 운전자들 때문에 신속히 출동하지 못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여론은 늘 긴급출동을 지지 하는 듯하지만 현실은 늘 냉정하고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본받아 이제는 '나부터 바꾸자'라는 인식전환과 '타인을 내 가족같이'라는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갈 때이다. 출동을 저해하는 여러 요인들을 하나씩 극복하고자 실천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 사회적인 큰 결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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