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소방서, 베개의 무서움

대응구조구급과 정의경

문찬식 기자

mcs@siminilbo.co.kr | 2013-12-30 13:15:13

▲ 대응구조구급과 정의경 지구촌 이상기온으로 인해 뚜렷한 4계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어느덧 봄과 가을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다.

시원한 계곡에서 수박을 한입 베어 물고 부채질을 하던 여름도 지금은 오존주의보, 폭염주의보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겨울철도 갑작스런 폭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갑작스런 한파로 인해 서민들 생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우리 신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기온저하로 인해 혈액이 진해지고 혈액 속의 기름기 함량이 높아져 혈관 수축이 촉진되게 된다. 이에 따라 혈압 상승과 더불어 동백경화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혈관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 환자일 경우에는 아침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새벽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갑작스런 혈관 수축으로 인해 뇌졸중 및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귀가 후 전신무력감을 호소하거나 언어장애 및 편마비가 올 경우 즉시 내원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경우가 흔하다. 자연히 상태가 악화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장애가 발생하고 뒤늦게 보호자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방 한쪽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높은 베개를 베고 호흡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환자를 접하게 된다. 몸이 불편해진 부모에 대한 보호자의 배려인가! 너무나도 잘못된 배려이다.

우리는 현장을 접하자마자 머리에 받혀진 베개를 우선적으로 제거한다. 그러면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강하게 항의를 하게 된다. “왜! 베개를 뺍니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환자의 트이는 숨소리에 보호자들은 자신의 무지함을 알게 된다.

심정지를 제외한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도 기도(氣道-숨길)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말을 해보라?󰡓 이번에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말을 해보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도(氣道-숨길)는 식도(食道)의 앞에 있다. 쉽게 서술하면 목의 전면부 딱딱하게 만져지는 부위가 기도인 것이다. 그러니 높은 베개를 베었을 경우 호흡곤란은 더욱 더 가중돼 상태를 악화하게 만든다.

반대로 등 밑에 얇은 깔개를 깔고 고개를 뒤로 떨궈 둔 다면 자연스럽게 기도확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응급처치 마저도 해부학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구급대원으로서 일반인에게 응급처치교육(심폐소생술)을 실시하게 되면 필자는 반드시 베개의 무서움을 교육한다. 자신이 심하게 코를 곤 다면 낮은 베개를 추천하겠다. 위와 같은 원리로서 높은 베개보다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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