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양보, 길 터주기
인천남동소방서 119구급대
윤진희
| 2014-03-11 17:37:22
최근까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되었던 동영상이 있다. 바로 SBS TV 프로그램인 ‘심장이 뛴다’에서 나온 한 장면인데, 내용은 이렇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환자가 발생하였고 하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빠른 치료와 수술이 필요했다.
지방 병원에서의 초기치료 후 수술이 불가하여, 헬기로 서울, 다시 서울에서 구급차로 한 대학병원으로의 이송과정을 방송에서 보여주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꼈다. 서울의 퇴근시간에 꽉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는 달릴 수 가 없었다. 응급환자를 태우고서도, 길을 좀 비켜달라는 수많은 외침 속 에서도, 설상가상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까지 더해 결국 환자는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현장 출동을 나가다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심정지나 중중손상이 의심되어지는 사건, 교통사고 등 일각을 다투는 출동일 경우 그 답답함이 더해진다. 구급차 또는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아무리 울려도 제 갈길 가는 차량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잠깐만 정지해주고, 차선 바깥방향으로 양보하는 미덕만 보여줘도 화재현장 혹은 아픈 환자에게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도 말이다.
2006년 필자가 응급구조학과 재학중 구급차 동승실습을 나갔을 때 1살이 채 안된 심장병의 아기환자로, 퇴근 시간에 안산에서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을 한 경험이 있다. 서울 퇴근시간 정체는 유명한지라 많은 걱정을 하였지만 뜻밖에도 앞에 가던 차량들이 하나둘씩 좌우로 차선 끝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모세의 기적을 봤다. 그 때의 그 감동이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보호자는 병원 도착 후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지만, 사실 그 때 시민들의 그 도움 없이는 불가능 했던 일이었다. 나는 항상 이런 길 터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긴급차량들이 항상 바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동 갔다 귀소 하는 경우, 각종 소방검사를 돌아다니는 경우, 훈련을 하는 경우 등 다양한 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구급차가 지나가면, 잠시 멈추어 조금씩 양보를 해주는건 어떨까! 그 차안에는 분명 소중한 생명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민의식이 점점 좋아지는 날 언젠가는 당신, 당신 가족의 생명을 살리는데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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