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원순 김부겸 손학규, 왜?
고하승
| 2014-11-11 15:19:04
새정치민주연합 내 유력인사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현재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계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들 모두가 최근 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자.
그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러브콜’에도 불구 비대위원 제안을 보이콧한데 이어 그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마저 조직강화특위에서 철수시켜버렸다. 뿐만 아니라 지역위원장 공모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고, 이에 따라 안철수계 인사들이 대부분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달 21일 마감한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안철수계 신청자는 이태규 당무혁신실장과 정기남 전 정책위 부의장, 정표수 전 공군 소장 등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안 전 대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조차 관심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마당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 역시 당과 확실한 거리두기로 비춰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예산 국회를 앞둔 지난 달 26일 당 소속 시도지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당 소속 시도지사들과 자주 만나 당 회의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열린 첫 시도지사 정책협의회다.
그 자리에 새정치연합 소속 시도지사 대부분 참석했지만 차기 대선 주자 1위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고 말았다.
그게 처음은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당이 소속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불러 문희상 비대위원장 지명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박 시장은 같은 날 열린 서울시당 당원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작심한 듯 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민집모는 비노진영이 연합해 '문재인 대항마'로 김 전 의원을 추대한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대구 수성갑과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 각각 40% 이상의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지역주의 벽을 깨기 위한 그의 노력이 긍정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 출마하기 전엔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만큼 수도권 지지를 끌어낼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죄송하다"며 당 전면에 아직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어떤가.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권에서 손학규 전 고문처럼 풍부한 정치적 경력과 리더십을 가진 분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하지만 저는 손 전 고문께서 비록 정계은퇴를 선언하셨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남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이라던 손학규 전 고문이 아예 그 곳에 새 집을 마련했다.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삼고초려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새 거처를 마련함으로서 그의 칩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면 대체 이들은 왜 이처럼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일까?
어쩌면 새정치연합의 분당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그들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비대위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고, 친노계가 당을 장악할 경우 더 이상 새정치연합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 수순은 이들이 중심이 되는 ‘제 3당’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래도 야당 인사들 가운데 비교적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당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을 보면, 국민이 보기에 현재의 제1야당은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느끼는 절망감이 분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정치현장에서는 국민의 뜻과 반(反)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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