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이재오의 추악한 老慾

고하승

| 2015-01-13 16:19:29

편집국장 고하승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헌법 개정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위원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2개월 이상 큰 선거가 없는, 이런 적기가 어디 있느냐"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대통령은 국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이 없다"며 "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해서 여당이 거수기 노릇을 하게 하나. 왜 헌법 논의조차 금지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모든 악의 근원은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에 있기 때문에 권력 분립형,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새누리당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지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작년 중국 방문 중 개헌론을 꺼내들어 파장을 일으켰을 때, 가장 반겼던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당시 김 대표는 개헌방향에 대해 국민이 직접선출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담당하고 국회에서 뽑힌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었다.

그 때 김 대표의 발언은 이재오 의원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개헌방향과 너무나 닮은꼴이어서 이 의원과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실제 이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의 권한을 갖고 행정부 수반, 즉 내각 수반은 국무총리가 갖는 형태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위원장과 이재오 의원 모두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개헌논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실제 중앙일보가 작년 11월 7~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유·무선 전화 설문 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바람직한 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꼽은 응답자가 4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34%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하는 응답이 무려 79%에 달한 것이다.

즉 문 위원장과 이 의원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개헌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 10명 중 8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문 위원장과 이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맡고,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를 찬성하는 응답은 고작 10%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그토록 국민이 반대하는 이원집정부제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이원집정부제의 실권자인 총리는 국민들이 선출하는 게 아니다. 국회에서 끼리끼리 모여 의원들이 선출하게 돼 있다. 설사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당권만 장악하면 얼마든지 실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문 위원장이나 이 의원은 여야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상태다. 실제 최근 각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모든 조사에서 이들의 명단은 빠져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 후보감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당내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를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현재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당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또 이재오 의원은 친이계들을 종종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잘만하면 의원들의 표는 받을 수 있는 위치다. 어쩌면 그것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노욕(老慾)이다. 정말 국민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개헌론을 꺼낼 들 시기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실 개헌은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지금 경제를 살리지 않고 개헌론으로 날을 지새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그런데도 문 위원장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것은 권력욕 때문일 것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소리 없이 지역위원장에 나홀로 공모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금배지라는 권력에 집착하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결코, 자신들의 권한인 국가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국회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노욕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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