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만의 독특한 ‘홍길동’ 살아있는 연기력

서문영

  | 2016-05-07 12:37:00

▲ 사진출처=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컷 ‘정의’ ‘패기’ ‘불굴의 의지’ 등 한국 영화의 주인공 상이라 함은 이렇듯 멋진 모습으로 다가와
악당을 물리치며 대중들에게 모범적인 영웅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의 이제훈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온다.

특히 이제훈은 홍길동의 복잡미묘한 감정 선을 말끔하게 소화하는 등 충무로의 샛별다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때로는 차갑게, 한편으로는 선한 연기를 펼치며 마치 악역과 주인공을 오가는 듯한 그의 연기는 기존의 주인공과는 다른 홍길동의 모습을 잘 살리고 있다. 외모 또한 날카로운 면모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듯한 이미지로 배역과 더욱 적합하다.

이제훈이 주인공을 맡은 ‘홍길동’은 기존 주인공들과는 다른 어떻게 보면 악랄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역사 속 인물 ‘홍길동’과도 다른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며 애매모호한 매력으로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사실 극중 ‘홍길동’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어머니가 눈앞에서 살해를 당하는 등 비극적인 삶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좌측 뇌 해마 손상 등 감정 인지 능력과 8살 이전 기억을 모두 잃는 등 타인과의 공감대 형성도 하기 힘든 감정이 갇혀진 면모를 보이게 된다.

이후 그는 20년 동안 오로지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갔다. 어떻게 보면 극중에서 보여지는 무자비함, 잔혹성 등은 당연한 결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사진출처=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컷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주인공이다. 홍길동은 동이(노정의 분), 말순이(김하나 분)과 만나며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각각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인 그들은 순수하게 홍길동에게 순수하게 다가가며 그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특히 말순이는 홍길동에게 오히려 독설을 날리며 그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등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차가움과 순수함의 만남. 맞지 않는 듯한 의미지만 이 감정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고지전’ ‘파수꾼’ 등을 통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제훈은 이후 ‘건축학개론’에서는 순수한 미소년으로 떠올랐으며 최근 ‘시그널’로 연기력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등에서 소름 돋는 악역연기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여준 정감넘치는 연기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명연기를 소화해 내는 김성균이 호흡을 맞춰 ‘탐정 홍길동’은 대중들에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여겨진다.

스크린 독과점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불리한 조건에 놓인 ‘탐정 홍길동’의 행보가 어떤 식으로 전개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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