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행보’에 與野 반응 엇갈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05-30 11:16:59

정우택 “대선가도, 완주 못한 고건과 달라"
김성태 “반 총장, 새누리당 후보 만들어야”
심재철 “좋은 후보에 대한 기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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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한민국 국가체면 손상시키는 일”
박지원 “검증하면 좋은 평가가 나올지 의문”
이종걸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될 수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5박6일 방한 일정을 통해 사실상 대권도전을 시사하면서 단숨에 대선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반기문 현상' 덕을 보고 있는 새누리당은 크게 반색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더민주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전날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 수도 있다고 있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행복한 與= 반 총장의 사실상 대권행보에 새누리당은 환영하는 분위가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30일 야권 일각에서 지금의 ‘반기문 대망론’은 과거 ‘고건 대망론’처럼 소멸될 것으로 보는데 대해 “반기문 대망론과 고건 전 총리 대망론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 “고건 총리처럼 반기문 총장이 혹시 대선가도 중간에 완주를 못하시지 않을까? 이런 우려의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고건 전 총리 같은 분은 내무관료를 하시고, 지사도 하시고, 굉장히 정치 성향이 강하신 분이신데 반기문 총장은 사실 외교관으로 활동하셨다. 고건 총리처럼 강한 정치색을 가진 내무관료가 아니셨다. 이런 점이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 대망론’에 대해선 “현재 실체는 없다, 다만 충청 대망론에 대한 가능성, 기대는 크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김성태 의원은 반 총장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고 적극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새누리당을 통해 대권 의지를 갖도록 해야한다”며 "반기문 사무총장을 새누리당의 대권 후보로 세우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기에, 소위 ‘비박’이라고 해서 시큰둥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김무성 전 대표가 대권을 포기하고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대권 행보와 관련, “그 분은 한 번이라도 공식적으로 대권 의지를 밝힌 적은 없다”며 “김 전 대표 같은 경우는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고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각오”라고 말했다.

특히 “꼭 대권이 아니더라도 킹메이커라도 갈 수 있냐”라는 질문에 “그렇다. 새누리당은 차기 대권 후보가 기근 상태”라며 “다양한 대선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또 맷집도 불리고 진흙탕 정치 속에서 단련도 시키고 최종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심재철 의원도 “반 총장의 말과 행보는 대선을 향한 직접적인 암시를 준다. 시간이 갈수록 대선에 조금씩 접근해간다고 느꼈다”며 “좋은 후보가 있으면 그 후보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겼다.

◇불편한 野= 반 총장의 행보에 더민주와 국민의당 유력인사들은 잇달아 견제구를 날렸다.

특히 더민주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시궁창’,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독설로 반 총장을 비난해 더민주의 다급한 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더민주 정세균 의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행보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일에만 집중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 대권행보를 하는 것은 참으로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내각에서 반 총장과 함께 일했던 사실은 언급하면서 "내각에 있을 당시에는 이분이 우리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의원은 "(대통령이 되려면)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데 반 총장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국제적으로 그리 좋은 평판을 받고 있지도 못한데 남은 임기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결단과 리더십이 있는지, 경제문제에 대한 (능력에) 의문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증하면 그렇게 좋은 평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엔 사무총장, 외교관은 분쟁 조정은 경험했지만 역시 대통령이란 정치·경제 모든 문제에 대해서 결단이 필요하고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전쟁 중에 있다가 반 총장이 나타나 일거에 평정해주고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 부각시킴으로써 모든 뉴스 초점을 반 총장으로 가져가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반 총장은 청와대와 여권이 만들어준 꽃가마를 탄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 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 그는 지금 유엔 총장직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평화와 분쟁의 조정을 담당해야 할 유엔 총장이 비록 모국 방문을 해서 여러 가지 국제회의 참석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년 임기가 끝나면 대권 출마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정치인 만나고 아리송하게 얘기하는 것을 국제사회나 국민이 올바른 평가를 할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더민주 이종걸 의원은 ‘자질론’을 내세워 반 총장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전날 원내대표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한국 정치·경제 상황에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궁지에 몰린 여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지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더 나아가 그는 "대통령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된다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반 총장 같은 사람이 나타나 재앙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해 논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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