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권주자, 친노냐 비노냐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06-06 10:45:51

친노, 문재인 무너지면 안희정 대안론탄력
비노, 안철수-손학규 이어 김부겸도 몸풀기 시작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대권주자로 집중 부각되면서 야권의 대권시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6일 야권 주자를 놓고 친노의 더민주 후보와 비노의 국민의당 후보 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리 당에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당내 일각에서 안희정 대안론도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더 민주에선 현실적으로 비노 대권주자가 탄생하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 더민주 친노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상정복조론을 내세워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야권에선 8월 말 더민주 전당대회가 대권 경쟁구도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만약 친노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새 지도부를 장악할 경우, 문 전 대표 중심의 대권구도가 더욱 고착화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공개선언 한 것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안희정 대안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희정 지사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포럼 기조발제에서 선거 때 정치 지도자들이 영ㆍ호남, 충청을 기반으로 해서 선거를 치르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상 대권행보라는 분석이다.

최근 안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펜투수론(구원투수)을 내세워 여차하면 내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같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친문측에서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 대권 레이스에서 페이스메이커일뿐 킹은 될 수 없다며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반면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가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불출마할 경우 대체재로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민주 내부에서는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친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격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노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유일한 비노 잠룡인 김부겸 의원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이 친노 및 친문 세력과 각을 세우며, 비노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은 최근 강연에서도 차기 당권·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이 국면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않고 그냥 지나갈 생각은 없다면서 謄대 국회가 개원했으니 이달중에는 어떤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는 김 의원은 또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탈당 명분으로 친노패권을 주장하신 분들이 있었다"며 "친노라고 불리는 분들이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자신들의 테두리에 가둔 것 같지 않나. 노무현의 열정을 독점하려 하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고 사실상 친노 세력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더민주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활용해온 '친노패권', 계파로서의 '친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이번 총선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당권을 잡아 공천을 나눠먹기 한 친노 계파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무현 정신과 정치적 자산을 누가, 어떻게 독점하고 좁은 틀에 가둘 수 있겠느냐"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좁은 틀에 가둔 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기득권과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친노'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이용하곤 했던 분들"이라며 "이제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고 그 분의 정치적 신념과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가치로서의 '친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비노 주자는 더민주 이외의 제3지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당장 주목받는 대권주자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다.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야권주자로서는 현재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얼미터 6월 1주차 주간집계(5월 30일~6월 3일, 무선 6: 유선 4 비율, 전국 3,031명)에서 안철수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지지층을 잠식당하며 10%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실시한 각종여론조사에서 4총선 이후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줄곧 2위를 유지해왔던 안철수 대표는 반 총장의 등장으로 1위와 큰 격차 보이며 한 계단 하락한 것이다.

비노 주자로 내세우기엔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의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손 전 고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목포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단독 회동을 하기도 했다. 양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정계복귀 시기와 명분과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4.13 총선에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스스로 복귀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더민주 내부에서 지역위원장 교체 등을 두고 친노ㆍ비노 간 갈등이 폭발하게 되면, 이를 명분 삼아 손 전 고문이 제3지대 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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