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두줄서기? 혼란 가중

    사회 / 시민일보 / 2008-03-06 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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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착’ 한줄서기 전도사고 주범
    두줄서기 문화 홍보 적극펴야



    출근길 매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을 이용하는 회사원 김정호(31)씨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늘 고민한다.

    “솔직히 한줄서기를 해야 할 지 두줄서기를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옆에 포스터엔 두줄서기를 하라고 붙어 있는데 다들 바쁘고 한줄서기해서 걸어 올라가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서기 엇박자 계도가 시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한줄서기’가 사고원인?
    1998년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국가적 차원에서 ‘한줄서기’ 캠페인을 벌였다.

    ‘한줄서기’는 이 단체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와 연계 후 대대적으로 유인물, 포스터 배포 등 홍보 활동을 벌인 끝에 2000년께 정착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절정을 이루며 지하철 에티켓의 대명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줄서기’가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주원인이라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도시철도공사(지하철 5, 6, 7, 8호선)는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캠페인을 벌였다.

    올 1월부터는 서울메트로도 동참, 도시철도공사, 코레일, 인천지하철 등이 대대적인 ‘두줄서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전단지 배포등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두줄서기’ 포스터가 붙어있는 와중에도 에스컬레이터에는 한 줄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간간이 ‘두줄서기’를 지키는 시민들은 되려 ‘한줄서기’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서울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에서 만난 대학생 이지연(21)씨는 “두줄서기가 맞다는 소리를 듣고 지키다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으로 부터 욕을 먹은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는 한줄서기를 한다”고 말했다.

    승관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2년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4건에 불과했다. 5년이 지난 2006년에는 43건으로 그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다가 발생하는 전도 사고는 전체의 75.5%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도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중 89%가 전도 사고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달 15일 6호선 불광역에서는 문 모(42)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뛰어 올라가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크게 다쳤다.

    승관원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로 인해 정착된 걷거나 뛰는 문화가 전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두줄서기 불가피...홍보가 ‘관건’
    반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문화 도입을 주장한 시민단체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대홍 팀장은 “2002년보다 지금이 에스컬레이터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사고가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며 “에스컬레이터의 노후화, 시민들의 안전불감증 등을 다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계속 ‘한줄서기’만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단체들과 시민단체의 다른 반응 속에 정작 혼선을 빚어 피해를 입는 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한줄서기’를 지켜야 할 지 아니면 ‘두줄서기’를 해야 할 지 혼란에 빠져있다.

    두 단체의 공통적인 주장은 있다. 두 단체 모두 ‘한줄서기’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사람들이 뛰거나 걷는 것을 유도해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마포에 사는 이 모(75)씨도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적이 있다. 당시 이 사고로 이씨는 왼손에 부상을 당하고 머리 뒤편에 상처가 났다.

    특히 어린이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이동하다 다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1일 이 모(5)군은 5호선 천호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이동 중 바지와 신발이 끼어 바지가 찢겨지고 상처가 났다.

    ‘승강기 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운용요령’ 3절에는 이용자 준수사항에 ‘이용자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즉 핸드레인을 잡고 있어야 하며 디딤판 위에서 뛰거나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들의 안전과 바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바로서기 캠페인. 과거 몇 년에 걸쳐 ‘한줄서기’ 캠페인을 펼쳐 이것이 문화로 정착된 만큼 이를 단시간에 고치는 건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줄서기’가 확실히 위험하다는 자료가 나온 이상 과거 ‘한줄서기’에 동참했던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등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새로운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

    대학생 최시영(26)씨는 “한줄서기가 정말 안 좋다면 더 많은 홍보를 해서 사람들이 고치게 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이 두줄서기를 해도 다수의 사람들이 한줄서기를 하면 지금 이 혼란스런 상황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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