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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운 결과가 12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33.4%로 ‘폭삭’ 주저앉았다. 반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2.9%를 기록했다. 특히 부정평가 중 ‘잘못하는 편’은 15.4%, ‘매우 잘못함’은 47.5%로 조사됐다. 긍정평가 응답 중 ‘매우 잘함’이 17.4%에 그친 것에 비하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0%p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민심은 이미 문재인 정권을 심판했다. 집권당은 이런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해 ‘탈 문재인’을 선언해야만 한다. 친문 중심의 당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가관이다.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친문 중심의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하지만 친문은 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친문 색채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들을 5·2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애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헌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을 중앙위에서 선출하기로 했지만, 홍영표 박주민 이재정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친문 성향의 도종환 비대위원장이 그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불과 사흘 만에 방향을 틀어 버린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당원 권한 존중’이다. 하지만 실제는 친문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들의 권한을 강화해 친문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욕심이 깔린 것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무공천 당헌을 백지화할 때는 물론 비례용 위성 정당을 창당할 때도 ‘당원 권한 존중’을 명분으로 당원투표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버젓이 못된 짓을 자행했다.
그로 인해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그런데도 반성 없이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제로 최고위원 선출을 전대 직접 투표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1만 명 권리당원들의 입김이 강화돼 지도부가 다시 친문으로 채워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당 지도부와 지역위원장, 지자체장 등 800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에서는 계파·지역·성별·세대 등을 안배한 통합적 지도부 출범이 고려될 수 있지만, 전당대회에서는 친문 권리당원들의 목소리가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탓이다.
작년 8월 전당대회 당시에도 친문 권리당원들이 당락을 좌우했다.
김종민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선 4위(13.54%)로 겨우 턱걸이했음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25.47%)를 해 총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뽑혔고, 비문계 이원욱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7.39%로 1위를 하고도 권리·일반당원 조사에서 친문 후보들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사례가 있다.
1만 명도 안 되는 친문 당원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꼬리에 달린 깃털이 당의 몸통을 흔든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에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과 윤호중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최고위원마저 친문이 싹쓸이한다면, 당은 그들로 인해 더욱 경직될 것이고, 민심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돌고 돌아 ‘도로 친문당’으로 나아가는 민주당이라면 희망이 없다.
지금은 친문 인사들이 나설 때가 아니다.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해 오만과 독선, 위선과 ‘내로남불’에 가득 찬 행보를 이어온 친문 세력은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옳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경선에도 나서면 안 된다. 마지막 경고다.
이 경고를 무시하면 당내에서도 ‘친문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때는 걷잡을 수 없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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