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출마 아쉽지만 응원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1-18 11: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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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건부’ 출마 선언을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조건’을 떼어놓고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10년 전 ‘박원순 시대’를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3인방이 모두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셈이다. 3인방이란 10년 전 서울시장직 던져버린 오세훈 전 시장, 그리고 지지율 5%의 무능한 박원순에게 “좋은 분”이라며 후보를 양보해 버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당시 박원순의 상대로 나섰다가 텃밭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 구에서 참패한 나경원 전 의원이다.


    사실 이들은 정치 도의적으로 이번 선거에는 나서선 안 되는 인사들이다.


    하지만 어쩌랴. 상대 진영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0년 전 ‘박원순 시대’를 여는 데 공로가 큰 사람들이 출마하는 마당에 야당에서만 출마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걸.


    박영선 장관은 당시 박원순에게 경선에서 패해 박원순의 앞길을 열어 주었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캠프의 대변인으로서 그의 당선에 일조한 사람이다. 그들이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출마 선언한 것에 비하면, 시장직을 던졌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출마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이 차라리 낫다.


    사실 오세훈이 이끄는 서울시정을 경험한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매우 ‘좋은 카드’임이 분명하다. 민주당에서도 그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지목하는 상황이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선 ‘나땡큐’라고 반기는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그 기간에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민들도 그걸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실제로 그가 재임하기 이전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20~30위 권에 머물렀으나 그는 재임 기간에 그 순위를 10위까지 끌어 올렸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 역시 오 시장 취임 이전에는 80~90위 권에 머물렀지만, 그는 자신의 임기 중 70위권까지 끌어올렸고, 30~40위권에 있던 국제금융도시 지수도 10위권 안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시대가 열리면서 국제금융도시 지수는 20위권으로 곤두박질쳤고, 도시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 역시 제자리걸음을 할 뿐,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이 그만큼 낙후되었고, 시민의 삶의 질 역시 개선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가장 잘 할 사람이라는 데 대해선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만 10년 전 무책임하게 내던졌던 서울시장직을 되찾기 위해 그가 다시 도전하는 게 맞느냐는 데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힌다.


    그러다 보니 필자 역시 판단이 어렵다. 물론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박원순 시대를 ‘활짝’ 열어준 안철수 대표도 뻔뻔하게, 아무런 반성 없이 출마하는 마당인데 그의 출마를 마냥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여야 모두 ‘박원순 시대’를 여는 데 공로가 있는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한 마당이라면, 그 가운데서 옥석을 가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답은 오세훈이다.


    박원순 시대를 여는데 조연을 맡았던 그의 출마를 원칙적으로 찬성하기 어렵지만, 기왕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시정을 잘할 사람’이라는 면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서울시장 출마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을 꿈꾸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서울시민은 차기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서울시정을 잘 이끌어서 박원순 시대를 거치며 낙후된 도시를 재설계해 발전시키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서울시장을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의 승리를 위해 오세훈 전 시장의 선전을 기대한다. 


    그러나 10년 전 사퇴에 대해선 당시 주민투표를 반대했던 언론인이자 서울시민의 자격으로 개인적인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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