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유동규와 통화...이재명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11-04 11: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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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다급하게 통화한 상대가 누구였을까?


    당시 유 전 사장 대리는 압수수색 직전 문을 잠근 채 황급히 누군가와 통화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휴대전화를 거주 중인 오피스텔 9층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따라서 통화 상대가 누구든 그는 대장동 몸통인 그분과 깊숙이 관련된 사람이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달 21일 "유동규가 휴대전화를 던지기 전에 이 후보의 복심과 통화했다"라며 제보받은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이 4일 유동규와 통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정 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동규 전 사장 대리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유동규와 통화한 사실을 시인한 후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라는 당부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경찰이 유동규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29일 그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통화한 상대가 정진상이었다는 게 밝혀진 뒤에야 자신이 통화했다고 뒤늦게 실토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 부실장은 반성은커녕 되레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엄중한 상황에서 사법당국이 범죄와 전혀 관련이 없는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흠집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 강력 경고한다"라며 화살을 엉뚱하게 수사당국과 언론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정진상이 그날 통화에서 유동규에게 감추지 말고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고 당부한 것인지 아니면 휴대전화를 던져서 증거 인멸을 하라고 지시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다급한 순간에 통화하면서 고작 감추지 말고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라고 당부했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 그것도 통화가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폐기하려고 했는데.


    이제 당시 통화내용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행인이 주워간 휴대전화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주변 건물의 CCTV 영상을 분석한 끝에 찾아냈고, 경찰은 지난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 파손된 부분을 수리한 후 데이터 복구 및 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며, 유동규 측으로부터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알아냈다.


    수사당국은 유 전 본부장이 위기 상황에서 정 부실장과 통화한 만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당국 주변에선 정 부실장 이름이 이번 사건에서 곳곳에 거론되는 만큼 그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정 부실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사퇴를 압박당하는 녹취록에서도 언급된 인물이다.


    실제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유한기 당시 개발사업본부장과의 녹취록에는 그를 지칭하는 '정 실장'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실장은 이재명 후보와 함께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돼 있다.


    그런데 원희룡 전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통화한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또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가 혹시 이재명 후보 본인이거나 아니면, 정진상에 버금가는 이재명 측근일지도 모른다. 이재명 후보가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했다.


    영장심사를 담당한 법원은 이날 오전 0시 30분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이 정진상 부실장을 향해 조여오는 형국이다.


    이재명 후보가 유동규에 대해선 측근이 아니다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정진상에 대해선 너무 오랜 기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무 자르듯 꼬리를 잘라낼 수는 없다.


    결국, 정진상을 향한 수사당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고 그러면 그의 윗선인 그분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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