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이 수상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9-23 11: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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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으로 규정했다.


    진 전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구린내 나는 게이트를 ‘단군 이래 최대의 공공환수사업’으로 치장해온 그 탁월한 분장술에 놀랄 따름”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미 좌초한 민간 개발에 공영개발의 외피를 입혀 공적 권한을 이용해 개발업자에게 고속도로를 깔아주고, 그 수상한 자들에게 수천억의 불로소득을 안겨준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환수했다는 5000억은 어차피 민간 개발을 해도 법에 따라 환수하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려 공영개발의 명분을 이용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가도록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준 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꼭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김부겸 국무총리마저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는 수상한 점이 넘쳐난다.


    특히 ‘화천대유’ 관련 의혹은 마치 사업부지 매입과정에서부터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사업의 수익구조 설계에 이르기까지 미리 치밀하게 준비된 것처럼 비친다.


    ‘성남의 뜰’ 주주구성에다 수익배당 방식도 요상 하거니와 그로 인해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언론인 김만배 씨와 가족, 지인 등 7인이 지분 6%를 소유하고 원금 3억 원으로 3년간 3,463억 원을 배당받은 마법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지사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액의 자문료 고문으로 영입한 과정도 심상치 않다.


    어쩌면 이게 화천대유와 이재명 지사를 연결하는 핵심 연결고리일지도 모른다.


    화천대유는 직원이 고작 14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다. 더구나 그를 고문으로 영입하기 이전에 화천대유는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의 고문을 해촉하면서 “사업이 마무리되어 자문 역할이 없어졌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후에 뚜렷한 이유 없이 권순일 전 대법관을 굳이 2억 원이라는 고액의 연봉까지 줘가면서 영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고문계약을 한 회사의 사무실에 한 번 가보지도 않고 앉아서 전화 자문만으로 월 1500만 원을 받았다면 판사 시절 자신의 판결과 관련된 사후수뢰죄로 의심받아 마땅하다”라고 주장한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 권 전 대법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되어 전화 자문 정도만 했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 관련 자문한 적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체 권순일과 이재명 사이에 어떤 재판이 있었기에 ‘사후수뢰죄’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일까.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작년 7월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대5 의견으로 무죄 판단을 내린 뒤 사건을 파기 환송해 이 지사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앞서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시 산하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토론회 발언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강제 입원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거나, 자신이 절차 진행을 막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 돼 다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당시 판결에는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다는 이유로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하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12명이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즉 5대5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면서 ‘무죄 6, 유죄 5’가 됐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 따른다’라는 관례에 따라 김 대법원장도 무죄 쪽에 서면서 7(무죄)대 5(유죄)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그에게 화천대유에 고액 연봉의 고문 자리를 준 것이라면 ‘사후수뢰죄’에 해당한다는 것인 김재원 최고위원의 지적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판결과 고문 활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신의 말처럼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고액의 연봉을 꼬박꼬박 챙겨간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라. 화천대유와 이재명의 연관성을 몰랐다고 했지만, 2심 판결문에는 ‘화천대유’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렇다면 2심판결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인가. 그런 대법관도 있는가. 이에 대해서도 국민이 이해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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