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이준석은 X맨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7-11 1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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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꺼내든 통일부·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두고서 정치권 내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는 양상이다.


    무능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 정권 심판론으로 쏠리던 여론이 여가부 폐지와 통일부 폐지 찬반으로 나뉘어 진보와 보수가 공방을 벌이면서 중도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정권심판론은 급격하게 힘이 빠진 모양새다.


    당 밖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쏠리던 관심이 여가부 폐지와 통일부 폐지 논란 쪽으로 옮아간 탓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언론의 최대 관심은 윤석열이나 최재형이 아니라 이준석이 되고 말았다.


    실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이준석 대표에게 "그런 식이라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비아냥댔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논리대로라면 도둑 놓치면 '경찰 뭐 했느냐 경찰청 폐지', 간첩 사건 발생하면 '국정원은 뭐 했느냐 국정원 폐지', 기상예측 잘못으로 홍수피해 발생하면 '기상청도 폐지' 이런 식이다"라며 이같이 따졌다.


    이어 "그렇다면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 부정부패로 감옥 간 이명박 정부, 이명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도 폐지하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 X맨 역할은 고맙지만,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며 "그럼 중간은 간다"라고 충고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항상 언급했던 게 여가부와 통일부"라면서 두 부처의 폐지론이 지론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통일부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당의 권영세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발언이 나온 당일 "남북한도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가 남북한 관계를 내적 외적으로 완전한 독립적 국가 관계로 인정한다면 재통일과정에서 외교적으로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도 외교부는 남북관계, 통일의 외적 측면을 담당하고 통일부는 순수한 남북간 교류협력문제를 다룬다면 양부처간 업무의 충돌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하고, 이 대표도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그다음 날인 10일에도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지만 지금 우리의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서 남북한간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서독의 경우 내독관계부(최초에는 전독일문제부)가 담당을 했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MB정부 초기 일부 인사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통일부 업무를 인수분해해보니 각 부처에 다 나눠줄 수 있고 따라서 통일부는 폐지가 마땅하다는 말을 해서 경악을 했는데 다시 통일부 무용론이 나오니 당혹스럽다"라며 "이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 검찰이 맘에 안든다고 검수완박하는 저들을 따라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권영세 의원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면 이준석 대표는 그런 걸 모르고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들고나온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비록 젊은 나이이기는 하나 이미 여의도 바닥에서 10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그런 정도의 사리판단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정권 교체론에 힘이 잔뜩 실린 지금 이 시점에 뜬금없이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을 들고나온 것일까?


    국민의 시선, 특히 야권 지지층이 당내 대선주자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고 윤석열과 최재형 등 당 밖 주자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술책일 것이다.


    실제로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은 윤석열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원장을 지지하는 중도층, 그러니까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는 중도층에게는 그리 주요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하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각각 결집하면서 당 밖 주자들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질 것이고, 그러면 이 대표가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던 대로 야권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이 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권 심판론에 힘이 빠지고 정권교체마저 물 건너간다면, 그 죗값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는가.


    이준석 대표는 이쯤에서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접어 두시게. 그리고 그 문제는 차기 대통령의 몫으로 남겨 두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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