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후보 선출, 여론조사 기관이 선정?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3-21 11: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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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선출직 공직자 후보를 여론조사 기관이 선정하는 게 과연 맞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서울시장 야권 후보도 결국은 여론조사 기관이 정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여론조사는 엄연히 오차범위가 있듯이 정확한 게 아니다. 더구나 당원들을 배제한 결정으로 정당 정치가 훼손당할 위험성마저 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의 운명이 바뀌고 한국 정치사가 바뀐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기관이 ‘무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후보들도 유권자보다는 여론조사 기관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당내 경선 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가른 결정적 요인도 여론조사였다.


    당시 현장에서 실시한 대의원·당원·일반 국민투표(80%)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겼지만, 2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밀려 대선 후보를 이명박 후보에게 내줬다.


    당시 여론조사를 선거인단 투표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응답자 한 사람을 5표로 계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적극적 투표자의 정치적 비중이 전화를 받고 단순히 의사표시를 한 응답자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말이 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 전 회장을 캠프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국민 여론보다는 여론조사 기관에 신경을 썼고, 결국 그게 승리의 요인이 된 셈이다.


    이건 정당한 방법도 아니고, 올바른 방법도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원과 국민이 현장투표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일 것이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현장투표가 불가능하다면 온라인투표로 대체해도 된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후보와 손학규 후보가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 방식으로 경선을 한 바 있다.


    당시 현장투표에서 승리한 안철수 바람이 불었고, 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MB 아바타’라는 이상한 말만 하지 않았어도 안 후보가 3등으로 낙선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현장투표가 원칙이고, 그런 방식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후보 측에 그런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판단한 안 후보 측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조건 100%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세훈 후보는 적어도 TV 토론을 3회 이상 하자고 제안했으나 안 후보는 한 번이면 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안 후보의 뜻대로 됐다. 이번에 사실상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은 안철수 후보가 마치 대단한 것을 양보라도 한 것처럼 ‘양보 기자회견’이라는 해프닝을 일으킨 것도 다분히 여론조사를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그 결과 야권 단일 후보 경선 과정은 개콘처럼 희화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에 후보 선출을 맡기는 문제만큼은 정치권이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를 공직 후보 선출방식의 일부 혹은 전부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직접, 보통, 비밀, 평등 선거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특히 정치발전과 정당발전을 가로막는 일은 아닌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손쉬운 방식이라고 해서 자꾸 여론조사에만 의존하다 보면, 정당 정치가 훼손될 수 있으며 정치가 희화화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 매달리는 사이 실제 여론은 차갑게 식어버리고, 심각한 경선 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는 국민 정서를 가늠해보고, 추이를 살펴보는 참고 자료에 불과한 것이지 그 결과로 후보의 운명을 결정짓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조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상황이다.


    향후 각 정당은 공직자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아닌 온라인투표 등 다른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후보 선정을 여론조사 기관에 맡길 게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제도화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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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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