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옹호’ 즉각 사과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10-20 1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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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라는 황당한 취지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두환 씨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전날에도 “제가 5.18 군사 쿠데타는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했다.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뗀다. 얘기한 걸 보라. 전두환이 7년간 집권하면서 잘못한 거 많다. 그러나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며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단 그의 해명을 믿는다. 설마하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학살을 주도한 전두환을 옹호하는 차원에서 그런 발언을 했겠는가.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전날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라고 말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거두절미하고 그 부분만 본다면 누가 보아도 ‘전두환 옹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호남인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심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우리가 볼 때는 ‘이완용이 명필이다’라고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윤 전 총장은 본의든 아니든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특히 호남 사람들을 향해 머리 숙여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옳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기에 급급할 뿐, 이에 대해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선 안 된다.


    국민은 지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사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한 누구와 대결하더라도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그런데 윤 전 총장마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다수의 국민이 굳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건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광주에 가서 직접 사과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제안을 받아들여 늦지 않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교체를 갈망하며 윤 전 총장을 ‘묻지 마’ 식으로 지지하던 표심이 홍준표 의원이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자 대결에서 경쟁력 있는 다른 후보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윤석열 캠프는 인적구성, 특히 메시지를 만들고 전하는 인력자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이를 빨리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설화(舌禍)가 이번 한 번뿐이라면 단순한 실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미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은 없었다”라는 발언에 이어 ‘대구 민란’ 발언 등 무수히 많은 말실수를 거듭해 왔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설화가 기본적으로 본인의 현실 파악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당내 경선 중인만큼 야당 지지층이 그런 실수들을 용납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본선에 그런 실수가 나오면 압도적 정권 교체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전두환 옹호 취지의 발언에 대한 해명은 그만큼 하면 됐으니 이제는 즉각 사과하고, 캠프 내 메시지 팀은 전면 재정비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지지 표심이 다른 야권 주자에게로 옮겨 갈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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