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청문회’ 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5-05 11: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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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죄송 청문회’였고, ‘앵무새 청문회’였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장에서는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등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에 걸리는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고,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청문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죄송하다’, ‘관행이다’, ‘실수였다’,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문재인 정부가 장관 인사 기준으로 제시한 ‘7대 배제 원칙(병역기피ㆍ불법 재산증식ㆍ세금탈루ㆍ위장전입ㆍ논문표절ㆍ성범죄ㆍ음주운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자들로 지명한 탓이다.


    오죽하면 보통 사람들 가운데 제비뽑기를 해도 그들보다 나을 것이란 한탄의 소리가 나오겠는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을 마무리할 내각이 내상을 입고 출범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것인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를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2억7,000여 만 원에 분양받은 뒤 그곳에서는 살지 않고 관사 등에서 살다가 2017년 5억 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 1,100여 만 원과 지방세 100여 만 원을 전액 면제받고, 2년간 매달 20만 원씩 지원하는 세종시 이주 지원비도 받았다. 노 후보자는 2003년 자녀들의 ‘강남 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한다”라며 고개 숙였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한술 더 뜬다.


    임혜숙 후보자는 위장전입·논문표절·부동산 다운계약서·국가지원금 해외출장 가족동반 문제 등 많은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있다.


    특히 그는 이화여대 교수 시절인 2016~2020년 총 4,316만 원의 국비 지원을 받아 미국 하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으로 출장을 가면서 배우자와 자녀들을 수차례 동반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책임이 상당하다.


    올해 1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임명 당시, 임혜숙 후보자에 대한 현장 연구원들과 노동조합 등의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더니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장관으로 내정해버린 것이다.


    박준영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불법 반입·판매 의혹'은 외교관 신분인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박 후보자가 주영국 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배우자가 수천만 원대 유럽산 도자기를 ‘외교관 이삿짐’으로 부쳐 관세 납부를 피했고, 이후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도자기를 판매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검증 과정에서 그를 걸러내지 않았다.


    사실 박준영 후보자 배우자의 외국 도자기 SNS 사진은 사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그를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들의 생명보험금을 대납하는 형태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검증 단계에서 마땅히 걸러졌어야 할 인사들이 지명된 것이다. 청와대가 의혹을 몰랐다면 '검증 실패'이고, 알고도 지명했다면 '도덕성 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에 대해 반성의 말 한마디 없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을 옹호하며 철통같은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윤영찬 의원은 임혜숙 후보자의 ‘가족 출장’ 의혹에 대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동반 출장 문화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다”고 옹호했다.


    장경태 의원은 노형욱 후보자의 ‘관사 재테크’ 의혹에 대해 “21대 국회 들어서야 주택법이 개정되며 ‘관테크’ 방지가 실시됐다”라며 국회와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조오섭 의원은 노 후보자가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받고(2011년) 소유권을 취득한 것(2016년)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들면서 사실상 이전 정권을 탓했다.


    고질적인 ‘남 탓’하는 병이 도진 것이다. 이에 따라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심기일전하며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내각은 출발도 하기 전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국민의 신뢰는커녕, 되레 지탄받는 내각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번만큼은 비록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들을 내각에 임명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레임덕에 빠진 정권의 생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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