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이재명의 친문 ‘갈라치기’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5-09 11: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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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판사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문 ‘갈라치기’가 일단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끈끈했던 친문 의원들의 유대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인 송영길 대표가 선출된 탓이다.


    흔히 지지율 30%를 레임덕 마지노선으로 간주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핵심 지지층 내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은 연이은 실정 탓이다. 이를 만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일자리 감소는 빈부격차 해소를 간절히 원하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20대는 희망을 상실한 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에게 남은 임기 1년 동안에 희망을 안겨주기엔 시간도 너무 짧고 방향성마저 상실한 탓에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친문 강경파는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려 할 것이지만, 비주류는 물론 온건파 친문계까지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친문계는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노선 투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가 그 틈새를 노린 것이다.


    물론 아직은 친문 강경파 입김이 여전하다. 비록 비주류 송영길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고는 하지만, 친문계 핵심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다가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핵심 친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비주류 편이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손절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20%대가 고착화하면서 친문계 입지는 위축될 것이고, 송영길 체제의 당이 청와대보다 우위에 서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특히 미래 권력인 대선주자로 강력한 친문 주자가 등장하지 못하면 범여권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줄을 서려는 의원들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고, 강경파 친문은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에서 친 이재명계 그룹이 속속 만들어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이달에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민주평화광장'과 의원들의 모임인 '성장과 공정'(성공포럼)을 발족해 지지세력을 결집할 예정이다.


    민주평화광장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구재단 '광장'이 추구했던 가치,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의 도정 가치인 '평화'를 한데 모은 이름으로, 사실상 이 지사의 외곽조직인 셈이다.


    오는 20일쯤에는 이 지사를 돕는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성공포럼이 발족한다.


    이 지사의 측근으로 이미 가입 의사를 밝힌 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민형배·김윤덕·이동주 의원 등을 비롯해 30여 명이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의 안민석 의원과 4선의 노웅래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친문 강성 권리당원의 ‘문자폭탄’ 공세에도 이재명계 의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친문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의미다.


    이재명 지사가 이판사판 심정으로 ‘문자폭탄’에 대해 “민주당 권리당원이 80만 명, 일반당원이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중 몇 명이나 되겠는가. 들은 바로는 (전화번호) 1000개를 차단하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자폭탄을 보내는 강성 친문 권리당원의 세력은 무시해도 될 만큼 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와대와 이 지사가 현안을 두고 다툴 때 당내 인사들은 어느 편을 들까.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 지사 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친문계 강경파의 놀이터로 불리는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이 지사 관련 음해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당원이 제명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은 그런 조짐이라는 해석도 있다.


    친문 좌장 격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이 지사 간 연대설이 흘러나온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 지사의 빅딜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된 후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측근 중 권력형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 모두에게 ‘법대로’를 내세우며 정권 비리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손을 잡을 것이란 소문이다.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 대통령의 초라한 말로가 아닐 수 없다. 이게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하지만 이 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 인사다. 국민은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들 것이기 때문에 정권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재명의 ‘갈라치기’가 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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