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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대선 경선의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후보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신다고 한 분 중에서 우리 당의 특정 후보들에게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자료들이 많다”라며 “여당에서 보기에 ‘부담스러운 후보들의 지지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라는 의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낮은 지지율이 역선택에 의한 피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역선택이란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가장 만만한 후보를 골라 지지하고, 정작 본선에선 그를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에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역선택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은 ‘역선택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재형 캠프 공보특보단이 지난 18일 그를 향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승민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민주당이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다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인가”라며 “유 후보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 유승민 전 의원이 정말로 ‘역선택’ 최대 수혜자일까?
그렇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역시 그런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15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26.5%,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9%,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2.8%, 홍준표 의원 8.1%, 최재형 4.0%로 5위권 안에는 끼지도 못했다.
그는 6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3.7%)에게도 밀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 함께 군소 후보군으로 분류될 만큼 지지율이 낮았다.
실제 기타 후보로는 유승민 전 의원(3.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9%),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2.4%), 정세균 전 국무총리(1.7%) 순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범보수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를 하면 그의 지지율은 11.4%로 무려 4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 그의 지지율은 최재형 전 원장(6.9%)보다도 낮은 6.4%로 반 토막 났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p이고, 응답률은 5.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성향의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그를 역선택한 결과물인 셈이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역선택 허용’으로 ‘표의 확장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확장성이란 무당층에게만 적용될 뿐, 민주당 등 다른 정당 지지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민주당 지지층이 본선에서도 민주당 후보 대신 유승민을 지지한다면, 그러니까 정당은 비록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보다도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한다면 ‘표의 확장성’이라는 그의 주장은 맞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로 유승민이 나오는 건 좋은데 본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면, 그건 역선택이다.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3.1%에 불과한 ‘도토리 후보’가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 범야권 선호도 조사에서 갑자기 10%대 유력후보가 되었다면, 이건 ‘표의 확장성’이 아니라 ‘역선택 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역선택은 ‘허용’하거나 ‘권장’할 것이 아니라 적극 ‘방지’해야 하는 게 맞다. 즉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정당 책임정치에도 맞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다.
문제는 이준석 대표가 그런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는 까닭에 최재형 전 원장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역선택 방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앞서 경선준비위는 역선택을 ‘허용’하는 방안을 결정하고 해체된 바 있다.
물론 역선택 조항 도입 문제는 이날 공식 출범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게 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의중이 ‘역선택 허용’에 실려있는 만큼 선관위가 경준위 안을 백지화하고 ‘역선택 방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과반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가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경선 개입을 묵인하는 ‘역선택 허용’으로 물 건너간다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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