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기습 입당’은 毒盃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8-01 11:59:24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다.


    힘들게 산토끼를 쫓는 일을 포기하고 집토끼를 지키는 손쉬운 길을 선택한 셈이다.


    이로써 중도층의 마음 까지 사로잡아 ‘압도적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그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의 입당이 야권 전체에는 결국 ‘독배(毒盃)’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은 그동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입당 압박에도 여러 차례 ‘제3지대’가능성을 언급하며 거리를 두어왔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의 지지가 그에게 몰렸고, 그로 인해 단 하루 만에 후원금을 모두 채우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가 국민의힘 입당 후에 후원금을 모금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제3지대에 머무는 동안은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가 이준석과 ‘치맥 회동’을 하는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부쩍 늘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정권 교체론'이 잦아들고 '정권 유지론'이 크게 상승해 내년 대선판이 사실상 5대 5 구도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정권 교체’를 지지하던 제3지대 세력인 중도층이 윤석열 지지를 거둬들이고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실제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24일 조사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성격을 "정권 심판"으로 꼽은 응답은 48.4%, "정권 안정"으로 꼽은 응답은 44.5%로 나타났다. 심판론과 안정론이 오차범위(±3.1%포인트)안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송영길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정권교체가 압도적이었던 분위기기 반전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윤석열 지지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의 입당으로 중도층이 떠나는 대신 보수층에게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지지층이 일부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층의 지지는 결국 기존의 국민의힘 당내 주자들에게 분산된 지지율을 일부 끌어모은 것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개인의 지지율은 크게 변동이 없지만, 야권 전체 파이는 대폭 줄어들게 된 것이다. 윤석열의 입당을 재촉하고 압박한 이준석 대표의 철부지 전략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특히 그의 ‘기습 입당’은 전략적으로도 0점이다.


    우선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입당이 진행한 탓에 그가 야권 1위 대선 주자로서 갖는 정치적 무게감과 비교할 때, 그의 입당 소식은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검색량 분석 서비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6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검색어 ‘윤석열’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6월 29일 검색량이 100으로 가장 높았다. 입당일인 30일의 검색량은 37에 그쳤다. 그의 입당은 그의 출마 선언에 비해 관심도가 37% 수준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이제는 제1야당 여러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경선 과정에서 혹독한 상호 검증을 견뎌내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윤 연대' 구도가 형성될 것이고 정치 초년생인 윤석열 전 총장이 이를 버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8월 말부터 예비경선이 시작되면 윤 전 총장은 '반윤' 세력으로부터 집요한 검증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게 뻔하다. 윤석열 X파일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일단 윤 전 총장을 끌어내려야 후발 주자들에게 대권 티켓을 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다른 주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아 깊은 내상을 입고 ‘휘청’거리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비록 힘들더라도 제3지대에서 마지막에 국민의힘 승자와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안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랬더라면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권교체’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었을 것이고, 후보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에 난도질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윤석열의 기습 입당이라는 ‘나 홀로 쇼’는 약(藥)이 아니라 독(毒)인 셈이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절감하는 하루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